밤의 곰 바스티앵
뤼도비크 플라망 글·사라 그레젤 그림 | 이세진 옮김
이온서가 | 48쪽 | 1만7000원
“아이들은 어른보다 키가 작아서 땅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노숙인을 어른보다 잘 알아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지요.”
책은 여기서 출발한다. 열 마디 설명보다 섬세한 스케치로, 그리고 시선을 거기에 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아이들에게는 밝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알록달록하지만은 않다. 세바스티앵이 사는 이곳이 그렇다. 스산한 잿빛과 차가운 공기. 그 풍경 중 하나가 노숙인 세바스티앵이다. 거리를 배회하던 그는 빈 종이 상자를 ‘득템’한다. “상자를 집이라 부를 순 없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가 몸을 누인다.
얼마나 지났을까. 세바스티앵의 몸 밖으로 커다란 갈색 곰이 빠져나온다. 바스티앵이다. 이 곰은 그가 잠들면 깨어나는 ‘꿈’이자 ‘온기’다. 바스티앵은 캄캄한 밤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먹을 만한 것을 찾는다. 그러다 바이올린을 든 남자와 마주친다. 놀란 남자는 곰을 쫓으려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고, 바스티앵이 뒷발로 일어서면서 뜻하지 않은 ‘공연’이 펼쳐진다. 남자는 돈을 벌었지만 바스티앵은 그저 쉬고 싶다. 벤치에 몸을 걸친 채 고개를 떨군다. “내 쉴 자리는 어디에 있나?”
잿빛을 가르며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나의 집, 세바스티앵이 그립다. 바스티앵은 육중한 몸을 일으킨다.
고단하고 소외된 삶을 예쁘게 설명할 방도는 없다. 곰을 ‘온기’로 활용한 건 영리한 선택이다. 책 속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보면 알게 된다. 시선을 두는 게 이해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