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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영화 <마션>에서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인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화성 탐사에 나섰다가 사고로 홀로 낙오당한다.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했던 우주와 농업을 결합해 인간이 지구 밖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우주 농업은 "지구가 아닌 여러 우주 환경에서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작물을 생산하려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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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상추 키우면? 쌈 싸먹긴 어려울 수도

입력 2026.01.29 20:19

수정 2026.01.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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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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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미국에서 발표된 우주 탐사 이니셔티브(SEI)에서 계획한 달 기지의 상상도. 동아시아 제공

1989년 미국에서 발표된 우주 탐사 이니셔티브(SEI)에서 계획한 달 기지의 상상도. 동아시아 제공

영화 <마션>(2015)에서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인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화성 탐사에 나섰다가 사고로 홀로 낙오당한다. 남아 있는 식량은 1년 치 정도인데, 다음 탐사대가 오기까지는 4년이 남아 있었다. 겨우 응급처치를 마친 그가 돌입한 작업은 식량 만들기. 그는 기지 안에 화성의 흙을 퍼 나르고, 로켓 연료인 하이드라진에서 물을 생성하고, 보관 중인 인분으로 거름을 만들어 감자를 키우게 된다. 그는 구조되는 그날까지 감자를 먹어치우며 생존한다.

영화 속 화성에서 감자 농사는 모험담이 아니라, 실제 우주 탐사가 맞닥뜨릴 미래의 시나리오다. 최근 달을 넘어 화성에도 무인 탐사선을 보낸 인류는 머지않아 사람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간이 우주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식량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농업 문제가 아니라, 자원 순환과 인간 사회의 구조까지 연결되는 문제다. <우주 농업>은 우주 탐사를 ‘기술 경쟁’이 아니라 ‘생태 시스템의 확장’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했던 우주와 농업을 결합해 인간이 지구 밖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우주 농업은 “지구가 아닌 여러 우주 환경에서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작물을 생산하려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책은 농업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온실, 수경 재배, 수직 농장 등 농업 방법과 그 원리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러한 익숙한 기술들이 우주라는 극한 환경과 맞물리면서 책의 새로움이 펼쳐진다. ‘밀폐 생태계’ 실험과 ‘테라포밍’으로 이어지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책임져온 농업이 ‘오래된 미래’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인류 우주 정착의 필수 ‘식량 자급’
익숙한 농사와 극한 환경의 조합
화성 같은 광합성 조건서 재배 땐
상추 잎 두꺼워지고 크기 작아져

우주 농업 궁극의 미래 ‘테라포밍’
대기 등을 생명체 살 수 있게 변환

식물은 인간의 식량으로 사용되는 동시에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만들어낸다. 현재 우주 농업의 핵심 목표는 식량 자급과 자원 순환이다. 책에선 중력, 빛, 온도, 기압 등 식물의 생장 조건을 검토하며, 우주에서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요소들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이를테면 화성의 석양은 지구의 붉은빛과 달리, 푸른빛이라고 한다. 대기가 희박한 화성에선 먼지투성이 대기를 지나면서 푸른빛이 주로 남기 때문이다. 광합성에 주로 사용되는 것은 붉은빛이지만, 푸른빛은 파장이 짧아 높은 에너지를 가진다. 푸른빛이 많아지면 식물은 진한 색의 두꺼운 잎을 갖게 되고, 크기가 작아진다. 따라서 “화성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상추를 기른다면 삼겹살을 싸 먹기에는 조금 작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문제는 화성이 어두침침하다는 점이다. 지구상에 쏟아지는 태양광이 제곱미터당 1000W 정도의 에너지를 갖는 데 반해 화성 표면은 300W 수준으로 나타났다. 화성의 기압 역시 지구에 비해 극도로 낮다. 지구 기압의 3분의 1 수준인 33kPA 조건에서 상추를 재배한 실험에서 잎은 38% 감소하고, 무게는 41% 줄었다고 한다. 또한 저기압 조건에서 자란 시금치의 기공 역시 작아졌다. 결국 화성에서 기르기에 적합한 작물은 우리가 평소 먹는 종류가 아닐 수 있고, 생산량도 생김새도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우주로 식물을 내보내기 위한 노력은 결국 극한의 환경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극단적인 환경을 개선해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선 ‘생명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기 조성 관리, 용수 관리, 식량 생산과 보관, 폐기물 관리, 대원의 안전 등 복잡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용한 자원의 재활용 정도에 따라 개방형, 반폐쇄형, 폐쇄형으로 나뉜다. 목표는 폐기물을 남기지 않고 모두 재처리하는 폐쇄형이다. “살아 있는 인간은 너무 많은 양의 자원을 소비하고 폐기물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201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선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대원들이 발생시키는 쓰레기 처리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는데, 120일 동안 두 명의 대원이 152㎏의 각종 쓰레기를 생성했다. NASA는 2030년대 말부터 2040년대 초까지 두 명의 대원을 화성에 보내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이들은 왕복 500일 정도를 견뎌내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을 이주시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필요한 자원을 모두 싣고 가기도, 중간 보급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원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책에선 소변을 음용수와 중수로 재활용하고, 비료로 사용하는 사례 등 자원 재활용 방식으로부터 아예 밀폐된 공간에 구축한 생태계까지 생존 공간의 시야를 넓혀간다.

궁극적으로 우주 농업이 도달할 미래는 테라포밍이다. “행성 또는 위성의 대기와 온도, 지형, 생태계 등을 변화시켜 인간을 포함한 여러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화성의 경우 대기를 지구 수준의 밀도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대략 추산해보면 1.90×10^23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 비용이다. 이 때문에 돔이나 구와 같은 구조물로 외부와 격리된 작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의 내부만 바꾸는 ‘패러테라포밍’이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 이를 위한 검토에 앞서 두 저자의 시선이 머무르는 지점은 ‘식민’이라는 개념이다. 과거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식민지는 경제적 지배나 착취를 목적으로 건설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해악을 낳았다. 아직 지구 바깥에서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과거의 윤리적 문제를 그대로 적용할 순 없지만, 다른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구에서 인류가 벌였던 식민주의의 실패와 환경적 재앙에서 배운 바가 있다면, 화성에서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농업에 관해 인류가 쌓아 올린 지식은 화성에 도착한 인류의 생존을 위해 활용할 것이며, 화성에서 미래를 맞이하는 후세대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책과 삶]화성에서 상추 키우면? 쌈 싸먹긴 어려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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