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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작별 인사…기억과 삶에 대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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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부커상과 메디치상, 페미나상 등을 수상한 영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줄리언 반스의 명실공히 '마지막 책'이다.

화자의 불완전한 기억에 대한 고백과, 이 책이 일종의 픽션 혹은 논픽션 그리고 자서전이라는 저자의 알림 때문에 스티븐과 진의 이야기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에 놓인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프루스트에 대한 언급, 이 책의 소설적 구성에 역할을 하는 스티븐과 진의 작별과 재회의 이야기가 화자의 혈액암 진단과 교차하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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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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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작별 인사…기억과 삶에 대해 답하다

입력 2026.01.29 20:26

수정 2026.01.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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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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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 정영목 옮김

다산북스 | 272쪽 | 1만8000원

줄리언 반스는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를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자 ‘문학적 부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스는 앞으로 소설을 써내지 않더라도 인간으로서 세상을 관찰하는 일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Jo Metson Scott

줄리언 반스는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를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자 ‘문학적 부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스는 앞으로 소설을 써내지 않더라도 인간으로서 세상을 관찰하는 일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Jo Metson Scott

“나 자신이 고른 시간에 마지막 책을 끝내고 입을 다무는 것에는 적어도 한 가지 유용한 결과가 있다. 뭔가를 쓰던 중간에 -브라이언 무어가 걱정했듯이- 중단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런 식으로 죽음에 선택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별거 아닌 방식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부커상과 메디치상, 페미나상 등을 수상한 영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줄리언 반스(80)의 명실공히 ‘마지막 책’이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부터 이야기의 중간중간 이것이 정말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작가는 이번 책을 픽션과 논픽션 그리고 자서전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작품이라고 말했다. 에세이처럼 또 소설처럼 그리고 편지처럼 읽히는 이야기는 결국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정성이 담긴 작별 인사처럼 여겨진다.

서두부터 독자에 ‘마지막 책’ 선언
픽션·논픽션·자서전 합쳐진 작품
젊은 시절 회상하는 작가 주인공

“인생 끝날 무렵 당신 기다리는 것
당신이 이루고 싶었던 것의 망각”

이야기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과 함께 시작한다. 실제의 작가처럼 이번 책의 화자도 혈액암을 진단받은 나이 든 유명 소설가다. 몸과 정신의 쇠퇴 그리고 다가올 죽음 앞에서 화자에게 기억은 주요한 화두다. 화자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을 떠올리며 기억과 감정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올리게 되는 ‘불수의 자전적 기억(involuntary autobiographical memory)’과 관련된 상념에 빠진다.

화자는 자신의 옥스퍼드재학 시절을 회상하며 한때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스티븐과 진. 먼저 독자에게 경고를 던진다. 자신의 두 사람에 대한 기억은 불확실함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두 사람을 초년과 노년에 만났지만, 그사이 약 40년의 세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억은 내가 잊은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마치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화자의 불완전한 기억에 대한 고백과, 이 책이 일종의 픽션 혹은 논픽션 그리고 자서전이라는 저자의 알림 때문에 스티븐과 진의 이야기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에 놓인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프루스트에 대한 언급, 이 책의 소설적 구성에 역할을 하는 스티븐과 진의 작별과 재회의 이야기가 화자의 혈액암 진단과 교차하며 진행된다. 소설을 읽으며 들 수 있는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이야기들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변 비슷한 것이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책의 마지막 5장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에 담긴 것처럼 보인다.

“우리 모두 기억이 정체성임을 알고 있다. 기억을 가져가 버리면 우리에게는 뭐가 남는가?” “인생이 끝날 무렵에는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가? 당신이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의 망각.” 5장의 화자는 기억과 삶에 대한 자신 안의 질문들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골치를 썩이든 말든 몸과 뇌의 쇠퇴는 계속될 것이고, 적절한(또는 부적절한) 순간에 답이 주어질(아니면 주어지지 않을) 텐데. 이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가능한 한 오래 사물을 관찰하고 싶다.”

불완전한 자신의 기억 위에 있는 타인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며 무수한 인간을 오독했을지도 모른다는 소설가로서의 숙명적 두려움 속에서도 남은 생 내내 관찰이라는 소설가의 일을 지속하고자 하는 것. ‘마지막 책’이라는 선언을 앞에 두고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글 쓰는 이로서 자신이 남아야 할 지점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며 마지막 소설이라는 점, 소설가 김연수가 추천사를 썼다는 공통점 등에서 작고한 폴 오스터의 <바움가트너>와 연결해 읽어봐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이 책 역시 은퇴를 앞둔 노교수 바움가트너를 화자로 해 상실과 기억 그리고 현재,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 등을 풀어냈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지난 22일 한국을 포함해 영국과 미국 등 18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발간에 맞춰 지난 20일 영국의 문화 토론 플랫폼 ‘Intelligence Squared’의 주최로 저자는 이언 매큐언과 이번 책의 주요 논의 지점이었던 문학과 예술, 기억과 죽음 등을 주제로 대담했다. 반스는 대담에서 소설로 만들어내지 않을 뿐이지 자신은 앞으로도 “인간으로서 관찰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책과 삶]줄리언 반스의 작별 인사…기억과 삶에 대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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