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인 속헹 유족 승소 확정
“노동부 고의 혹은 과실 인정돼”
농장에서 일하며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다 사망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의 유족에게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최종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속헹의 유족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정부 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한국 정부가 원고들에게 각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사건에 대한 별도 심리 없이 원심 판단을 유지하는 판결이다.
속헹은 2018년부터 경기 포천의 한 농장에서 채소를 수확하는 일을 했다. 그는 기숙사에 기거했는데 비닐하우스 내에 마련된 숙소로 전기조차 공급되지 않았다. 그는 2020년 12월20일 영하 17도 한파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간경화 합병증이었다. 일하며 생긴 병을 제때 치료받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건강이 나빠진 뒤로도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지내다 끝내 목숨을 잃은 그는 2022년 5월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그의 유족은 같은 해 9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한국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속헹이 사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정부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고용노동부가 해당 사업장에 대해 지도·점검을 하거나 건강진단을 실시한 적이 전혀 없었고, 이런 계획을 수립한 적도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외국인고용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을 하면서 부속 기숙사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면 사전에 열악한 숙소 환경이 개선될 수 있었고, 일반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조치했다면 속헹의 간경화 증상이 급속히 악화되기 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정부 측은 “망인의 정확한 사망 시각이 밝혀지지 않았고, 영하 17도에 적절한 난방 조치 없이 지낸 사실 자체가 불명확하다”며 2심 재판부가 “열악한 숙소 환경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만으로 망인이 기숙사 환경 때문에 사망했다고 단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런 주장을 배척하고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속헹이 사망한 지 1866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