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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언론 바우처 제도는 언론주권 실현의 방안

입력 2026.02.01 19:48

수정 2026.02.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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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막’은 지역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역 뉴스가 메마르는 현상이다. 지방의회는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역(당협)위원장이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휘두르다보니 정파적 대립의 공간이 되기 일쑤다. 최근 불거진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헌금, 구의회 부의장 법인카드 유용 등의 의혹은 지역정치가 얼마나 예속되어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단체장과 의원이 선출되지만 잡음이 잦고 비리로 당선무효가 되는 사례도 많다. 형식적으로는 민주적이지만 정작 숙의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지역의 모든 중요 문제가 공론화되고 수렴되기는 어렵겠지만 의제화하는 체계는 민주주의가 작동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정작 지역 현안을 다루며 공론장의 구심적 역할을 할 지역언론은 근근이 명줄을 유지하기조차 버겁다. 광고홍보 예산과 지역행사 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은 권력이자 곧 돈줄이다. 그러니 비판과 견제는 위축되고 단체장이나 시정 홍보기사들은 넘친다. 언론이 지자체의 광고나 사업에 목매고 있으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꽃이 피기는커녕 시들 수밖에 없다. 재원의 독립 없이는 뉴스의 사막화, 비판과 감시의 사막화를 벗어날 길이 없다.

지역신문발전법이 시행된 게 2005년부터다. 그동안 지역언론의 현실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팍팍해졌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초기에 연간 25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83억원, 올해는 그나마 늘어서 118억원이다. 물가 상승과 제작비 증가 등을 감안하면 형편없이 쪼그라든 셈이다. 그것도 주로 디지털화와 심층기획 보도 및 지역신문 제안 사업 등에 지원한다. 지역언론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야 되겠지만 뉴스의 사막지역에 겨우 빗방울 떨어지는 정도일 것이다.

일상적인 현안 보도나 비판과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데는 또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 유력한 대안으로 지역언론 바우처(Voucher) 제도가 관심을 모은다. 바우처를 주민들에게 제공해 직접 언론사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기사의 신뢰와 내용을 통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직접 지원 대상을 선정하거나 지원 금액을 결정하지 않으므로 정치적 논란거리도 적다. 아울러 바우처를 사용하려면 지역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므로 주민 참여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지난해 ‘지역 뉴스 지원법’(Local News Funding Act)이 발의되었다. 주민들에게 뉴스 쿠폰을 지급하고 주민은 자신이 선호하는 지역뉴스 언론에 쿠폰을 할당할 수 있으며 언론이 받은 쿠폰의 수에 따라 지원 규모가 결정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역 이슈에 대한 보도가 늘어나고, 주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언론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다. 사적으로 운영하는 언론에 왜 국민 세금을 퍼주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언론은 사회적 공기이자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언론에 대한 지원 형식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지역민주주의에 대한 지원이다. 시장에 맡겨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유지와 시민 삶에 꼭 필요한 치안이나 안보, 교육 등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바우처 예산은 지역사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사라져서 부정과 낭비 등으로 치르게 되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바우처 제도가 정파적 보도를 부추겨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지나쳐 보인다. 예산 규모나 재원 마련 방식, 지원 대상과 범위, 운영 기준 등 세부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은 많다. 우선은 언론주권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발상으로, 몇몇 지역에서 소규모라도 시범적으로 시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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