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언급을 보고 두 번 놀랐다. 대통령의 입에서 “부동산 망국론”이라는 직설이 나왔다. 부동산세 인상을 예고하면서는 “표 계산 없이 비난 감수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일단 둘 다 맞는 말이기 때문에 놀랐다. 선거에서 ‘집주인(부동산)을 건드리면 필패’라는 금기를 깨고 지방선거가 코앞인 시점에서 표 의식을 안 하겠다고 선언해서 또 놀랐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정부가 부동산세를 올리는 데 부정적이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게 되겠나”라는 얘기다. 국내 가구 총자산의 70~80%가 부동산이다. 막대한 빚을 져가며 아파트를 사는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는 정부를 집주인들이 지지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부동산을 잡겠다고 호언하던 과거 정부도 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를 견뎌낸 적이 없다. 국민 약 60%가 집주인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 부동산 시장에서 세제 카드를 꺼냈다가 겁먹고 물러설 바에는 아예 개입하지 말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소수의견도 있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부동산세 인상으로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단,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일단 꺼냈으면 강하게 끝까지 밀고 갈 것, 정권 지지율이 높은 초기에 추진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년이던 2018년 5월 당시 지지율이 80%가 넘었다.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지금까지도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수치다. 이 높은 지지율로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밀어붙였다.
부동산 가격이 이미 꿈틀대고 있던 시점이었다. 전임 박근혜 정권 말기에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규제를 대폭 완화한 여파였다. 개인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소주성은 인건비·임대료·물가 상승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흐지부지됐다.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며 부동산이 폭등했고, 정부는 뒤늦게 한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을 쏟아내고도 시장 안정화에 실패했다. 이는 윤석열 정권이 탄생한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6개월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 기준 62%(긍정평가)로 역대 3위다. 부동산세를 올려 시장에 개입하기에 필요한 ‘높은 초기 정권 지지율’은 확보된 셈이다. 참고로 정권 초기에 부동산세에 손을 댄 건 윤석열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정권 인수위부터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부동산세 인하를 포함한 규제 완화에 몰입했다. 지금과 차이가 있다면 윤석열의 취임 6개월 지지율은 30%로, 이 대통령의 절반도 안 됐다는 것이다. 세금을 내리는 건 쉬우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이제 필요한 건 하나다.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가 여부다. 표 계산을 안 하겠다고 했다. 코스피의 일명 ‘5000피’ 조기달성에서 오는 자신감일 게다. 이 발언이 지방선거에 무슨 영향을 줄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컨대 여당이 패배해 책임론이 일고, 정국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면 이 대통령은 부동산세 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유권자들이 본인 소유 부동산 가치가 최대화되는 방향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당선된 20대 대선이 그랬다. 이익을 좇아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성향을 들어 유시민 작가는 일찌감치 “(때가 되면) 윤석열을 지지했던 이들은 가차없이 윤석열을 버릴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저 12·3 내란까지 갈 것도 없이, 실제 윤석열의 지지율은 내내 바닥을 기었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최악의 과제는 ‘저출생’이라고 본다.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주거문제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자유롭게 날며 집 없이 사는 새들도 알을 품을 때는 둥지를 짓는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없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에서 “부동산 망국론”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널뛰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면, 특히 그것이 세제 인상 카드라면, 지금만큼 적절한 시기도 없을 것이다.
야당은 서울 집값이 재차 들썩이게 된 원인이 국민의힘 소속 모 지자체장의 느닷없는 토허구역해제였다는 점을 기억해내길 바란다. 쟁점화를 향해 여의도에서 열심히 군불을 때겠으나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결과는 6월이면 나온다. 과거 기본소득 논쟁처럼, 이 대통령이 ‘라코(Lee Always Chickens Out)’하지 않는지 지켜볼 뒷맛도 생기지 않았는가.
송진식 전국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