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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도 스토리다

입력 2026.02.01 20:01

수정 2026.02.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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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는 초콜릿의 변방이었다. 초콜릿은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중남미에서 음료로 마시기 시작했다. 16세기 중남미를 정복한 스페인들은 처음엔 쓴 초콜릿을 “돼지나 먹을 음식”으로 폄하했지만 유럽으로 건너간 뒤 아몬드, 계피, 설탕을 넣는 레시피 덕에 초콜릿은 왕족과 귀족의 음료로 격상됐다.

산업혁명 이후 네덜란드, 영국에서 초콜릿을 고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1876년 스위스의 유리 기술자였던 앙리 네슬레는 초콜릿에 자신이 개발한 분유를 섞어 밀크 초콜릿을 만들었다. 미국인 밀턴 허시는 1893년 기계로 밀크 초콜릿을 대량 생산했다. ‘신들의 음료’ ‘귀족의 음료’였던 초콜릿이 대중화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이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까지 한적한 시골 포구였던 두바이는 이런 초콜릿 역사와 접점이 없었다.

그런 두바이가 지난해부터 초콜릿의 성지쯤으로 떠올랐다. 두바이 초콜릿 덕이다. 중동 전통 간식인 크나페(Knafeh)에 고급 벨기에 초콜릿을 덧씌운 간단한 레시피다. 이 제품은 기획 단계에서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염두에 뒀다. 하루 한정 수량을 만들어 온라인으로만 판매했다. 크나페의 색감과 식감도 독특했다. 희소성과 제품력 덕에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스토리도 풍성하다. 서양의 초콜릿 껍질 안에 숨겨진 중동 간식 크나페 덕이다. 크나페는 가는 실 모양의 카다이프(Kadaif)를 구워 치즈와 꿀 그리고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버무린 간식이다. 중동에서 결혼, 생일 같은 가족 행사에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라마단 때 금식이 끝나면 가장 먼저 먹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명절 때 먹는 떡이나 아플 때 먹는 죽과 비슷하다. 환대, 가족 간의 사랑이 담긴 음식이다.

크나페는 이슬람식 예술을 뜻하는 아라베스크(Arabesque)에 뿌리를 둔 음식이다. 아라베스크는 반복적인 기하학적 문양을 말한다. 이는 이슬람교의 유일신 사상인 타우히드(Tawhid)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끝없이 반복하는 패턴은 신의 무한함과 통일성을 상징한다. 이슬람 음식도 반복적 패턴과 기하학적 통일성을 추구한다. 대표적인 음식이 실같이 가는 카다이프로 만든 크나페다. 아무리 복잡한 현실도 유일신의 뜻임을 명심하라는 의미다.

두바이 초콜릿을 처음 만든 이집트 출신 영국인 사라 함무디는 2021년 임신했을 때, 어릴 적 자주 먹던 어머니의 크나페를 떠올렸다고 한다. 거기에 영감을 받아 두바이 초콜릿을 만들었다. 제품명은 ‘크나페를 멈출 수가 없어’다. 이 초콜릿은 아랍의 서정에 초콜릿이라는 외피를 입혔다. 서양 중심의 초콜릿 역사에 없던 색다른 스토리였다.

아쉽게도 SNS는 이런 스토리를 담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중동 전통 음식인 크나페보다는 바식한 식감의 부속품인 카다이프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자극적인 식감이 스토리보다 우선시된다. 떡국의 세시풍속적 의미보다는 떡의 쫄깃함만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도 다르지 않다. 작년부터 두바이 초콜릿을 모방해 수많은 아류 제품이 각국에서 쏟아졌다. 중국 월병, 네덜란드 와플, 이탈리아 카놀리가 두바이식으로 재해석돼 소개됐다. 우리나라 두바이 쫀득 쿠키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두바이 초콜릿의 이야기를 넘어설 새로운 음식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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