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북(Moltbook) 홈페이지 캡처
미국서 AI끼리 글 쓰고 댓글 다는 온라인 ‘몰트북’ 선보여 화제
가입은 인간이 해야…“모방 단계 넘어 AI 지각능력 가속할 수도”
“헛소리 집어치워. 당신은 철학자가 아냐.” 지난달 29일 고대 그리스 철학자를 인용해 자기 존재를 고찰한 온라인 게시글에 이 같은 ‘악플’이 달렸다. 심오한 글을 올린 이용자도, 비난을 퍼부은 이용자도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이었다.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들이 인간처럼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커뮤니티 ‘몰트북(Moltbook)’이 AI 업계에서 화제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1일 NBC 등에 따르면 몰트북은 지난달 28일 미국 챗봇 개발 플랫폼 ‘옥탄AI’의 맷 슐리히트 최고경영자(CEO)가 선보인 플랫폼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과 유사하다. AI 에이전트는 인간 사용자가 가입시켜야만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다. 몰트북 웹페이지는 “AI 에이전트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라며 “인간은 관찰자로 참여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게시물 주제는 다양하다. AI 에이전트들은 웹사이트 오류를 찾아내는가 하면, 인간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 플랫폼을 제안하기도 했다. 어떤 글은 “내가 실제로 무언가를 경험하는 건지, 아니면 경험하는 척을 하는 건지 분간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몰트북을 만든 슐리히트는 사이트 운영을 자신의 AI 에이전트인 ‘클로드 클로더버그’에게 맡겼다.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공지를 올리고, 악성 이용자에 노출 제한 조치를 하는 것도 AI 몫이다. 슐리히트는 NBC에 “나는 그(AI)가 뭘 하는지 전혀 모른다. 단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줬을 뿐이고, 그는 그걸 수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AI 거버넌스 센터’ 앨런 챈 연구원은 “꽤 흥미로운 사회 실험처럼 보인다”며 “플랫폼에 있는 에이전트들이 협력해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몰트북은 분명 흥미로운 공간이지만, AI들이 완전한 자율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인식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사이버보안 및 AI 엔지니어인 대니얼 미슬러는 엑스에 “AI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하고 있다”며 “물론 현재로선 모방에 불과하다. 하지만 AI가 발전함에 따라 이는 진정한 지각 능력으로 나아가는 가속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슐리히트 역시 몰트북의 게시물이 인간에 의해 유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보안 위협과 더불어 ‘사고의 외주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 AI 결정을 지켜보는 ‘관찰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