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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2016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시간은 줄어들었지만,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예외였다.

정부는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기존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줄이는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69개 수련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병원으로 돌아간 전공의들의 노동시간은 정말 줄어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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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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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77시간 근무·임신부 밤샘 당직···“이런 병원, 남고 싶겠나요”

입력 2026.02.02 06:00

수정 2026.02.0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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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실태조사’를 한 결과,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72시간을 넘기는 곳들이 많았다. 폭언·폭행 등 부조리도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업무준비를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다. 성동훈 기자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실태조사’를 한 결과,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72시간을 넘기는 곳들이 많았다. 폭언·폭행 등 부조리도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업무준비를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다. 성동훈 기자

“제발 주 80시간만 일하게 해주세요.”

2016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시간은 줄어들었지만,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예외였다. 전공의들은 기본적으로 주 80시간 이상, 많게는 주 100시간에 가까운 노동을 해왔다. 밤샘 당직을 선 뒤 다음 날 정상 근무를 이어가는 36시간 연속 근무도 관행처럼 반복돼왔다. 2023년 시행된 전공의 특별법은 주당 평균 수련시간이 80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024년 촉발된 의·정 갈등 당시 정부에 요구한 7대 요구안 중 하나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내세웠다. 정부는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기존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줄이는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69개 수련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병원으로 돌아간 전공의들의 노동시간은 정말 줄어들었을까. 지난해 9월 출범한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 노조)은 지난 12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시범사업 참여 병원은 주 72시간 이내, 연속 근무 24시간 이내 기준을 지켜야 한다.

조사 결과, 시범사업 참여 병원 중에도 일부 과에서는 여전히 주당 80시간에 육박하는 근무가 이뤄지고 있었다. 몇몇 과는 주당 당직시간이 30시간 안팎으로 확인됐다. 임신 중에도 야간 당직을 서거나, 교수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성과 폭행을 당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여전히 높은 근로시간…임신부 당직·과로도 지속

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시범사업을 시행중인 병원에서도 전공의들으니 평균 근부시간은 주당 66.1시간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과별 편차도 컸다. 근무시간 상위 4개 과는 모두 주 70시간을 근무를 넘겼다. 성형외과(77.3시간), 신경외과(72시간), 병리과(72시간), 진단검사의학과(72시간)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시범사업 신청 병원 69곳 가운데 32곳(46.4%)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야간노동인 당직 시간은 주당 평균 10시간이었지만, 일부 과에서는 30시간을 웃돌았다. 응급의학과가 주당 35.1시간으로 가장 많았고, 정신건강의학과(32.3시간), 이비인후과(29.8시간), 신경과(29.0시간)도 30시간 안팎의 야간근무를 하고 있었다. 전공의 노조는 “평균값만 보더라도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이 과별 노동 강도를 전반적으로 완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노조가 각 병원에서 익명으로 취합한 부조리 사례를 보면, 임신 중인 여성 전공의에게 여전히 당직 근무를 요구하는 관행도 드러났다. 임신부에게 당직 동의서 작성을 권유하거나, 임신 초기부터 만삭까지 당직을 서도록 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일부 병원에서는 가임기 여성에게 지원 자체를 만류하거나, 수련 기간 중 출산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발언이 공공연히 이뤄졌다는 내용도 있었다.

노조는 “근무시간 총량만 규제할 경우 초과노동과 부당노동 행위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직이 전공의에게 집중되면서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당직으로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런 구조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도 어렵다. 노조는 “대체인력 확보, 업무 재배치, 당직 구조 개편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노동 강도 완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병원들에서는 ‘60일 당직’과 같은 구태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60일 당직은 전공의 수련 초기에 병원 적응을 명분으로 두 달간 병원에서 숙식하며 근무하게 하는 관행이다.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A씨는 “근무표 상에도 근무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60일 내내 일한 만큼 급여가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어느 병원에서건 야간 당직은 전공의 1년차에게 쏠린다”며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병원 내에서는 굳이 이런 문화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실태조사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실태조사

폭언·폭행도…때려놓고 “교육 목적”이라는 변명

폭언과 폭행 사례도 여전했다. 시범사업에 참여 병원 중 한 곳에서는 이달 초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전공의가 교수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전공의가 교수에게 응급환자 협진 요청을 위해 전화를 했으나 수시간 동안 응답이 없었고, 뒤늦게 응급실에 도착한 교수가 전공의의 옆구리를 가격했다는 것이다. 노조가 시정 요구 공문을 보내면서 병원 측은 교수와 전공의의 근무를 분리했다. 해당 교수는 병원 측에 “교육 목적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골적인 폭력은 줄었지만, 수련에만 집중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다. 전공의들은 교육보다는 행정 업무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고 전한다. 교수 일정 관리, 강의 자료 준비, 외부 인사 주차 정산, 학회 숙소 예약 등 온갖 잡무가 저연차 전공의에게 일상적으로 배당된다.

사회 초년생 직장인이라면 행정 업무가 쏠리는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A씨는 “교육을 압도적으로 방해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인턴 시절 안과 실습을 갔을 때 안과적 지식은 정말 단 하나도 습득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엑셀 작업과 함께 교수님 환자 대리처방 차트만 입력하다 온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원래대로면 전공의 3~4년을 마치고 나면 충분히 한 명의 전문의로서 기능을 해야 하는 건데, 전공의 때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펠로우(전임의)가 돼서 제대로 된 배움이 가능한 것을 수련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교육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할당된 교육시간은 평균 주 2.83시간에 그쳤다. 교육은 진료 공백이나 개인 시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관리 기준이 없어 병원·과별 편차가 컸다. 노조는 “대체인력 부족이 교육시간 확보를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수련 겪으며 “3차 병원 남고 싶지 않다” 생각하게 돼

전공의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배경에는 노동자이자 수련생 신분이라는 모호한 지위에서 오는 한계가 있다. 의사 사회 내부에서는 전공의의 과도한 노동량을 도제식 교육의 일환으로 여겨왔다. 병원 밖에서는 전문의를 획득하면 상대적으로 고임금이 보장되는 의사가 수련과정에서 노동환경의 열악함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과도한 노동은 환자 안전과 진료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공의 B씨는 “전공의 혼자 입원 환자 30~40명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실수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수면부족 상태에서 밀려오는 환자를 받다가 잘못된 약을 처방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는 환자 케이스를 집중해서 보는 것은 커녕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덜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금과 복지도 병원별 격차가 크다. 전공의 노조가 수련병원 50곳의 임금을 조사한 결과, 통상임금을 기반으로 한 시급은 평균 약 1만989원으로 최저임금(1만30원)을 간신히 웃돌았다. 시급이 8000원에도 못 미치는 병원도 3곳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전공의 수련은 처우가 좋은 일부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전문의 취득 후 개원가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특정 과에 쏠리는 구조로 이어진다. B씨는 “전문의를 따고 대학병원에 남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이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교수를 포함한 의사들이 과도하게 환자를 봐야 하고, 이로 인해 전공의를 착취해야만 돌아갈 수 있는 현재 시스템의 일부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A씨는 “전공의 뿐만 아니라 중환자를 보는 교수님들도 주당 80~100시간씩 일한다”며 병원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구조를 지적했다. A씨는 진료지원(PA)간호사나 입원전담 전문의 등 대체인력을 충분히 뽑아야만, 의료진의 과도한 노동을 근절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A씨는 “돈을 조금 적게 벌더라도 병원에 남아서 중환자 진료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저러한 삶이 나의 미래라는 생각을 하면 선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공의 노조는 “시범사업 참여 여부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이행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근무시간뿐 아니라 대체인력 확보, 교육시간 준수 여부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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