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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학생들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한 선생님이 용기를 내 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아닌 부패방지법을 근거로 지씨를 공익신고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적용해 전보를 불이익 처분으로 판단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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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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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알렸다가 쫓겨났다…가해자보다 힘들었던 지혜복 선생님의 3년

입력 2026.02.02 07:00

  • 문광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성폭력 피해 알린 교사 지혜복, 공익신고 인정

점(사실들): 법원 “공익신고자 전보는 불이익”

선(맥락들): 문제 알렸는데 왜 인사 대상 됐나

면(관점들): 보호법 있지만 ‘사각지대’도 있다

서울 한 중학교의 빈 교실 밖에 하얀 목련과 살구나무꽃이 피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창길 기자

서울 한 중학교의 빈 교실 밖에 하얀 목련과 살구나무꽃이 피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창길 기자

학생들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한 선생님이 용기를 내 신고를 했습니다. 다행히 피해 정황이 확인됐지만 학교는 선생님에게 전보(다른 학교로 이동)를 통보했습니다. 선생님은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 지혜복씨가 지난 3년 동안 겪은 일입니다. 지씨는 투쟁 끝에 지난달 29일 전보 취소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서울시교육청도 항소하지 않기로 했고요. 학생들을 지키려 나섰던 교사가 왜 해임까지 당한 걸까요? 오늘 점선면이 정리해보겠습니다.

점(사실들): 법원 “공익신고자 전보는 불이익”

지혜복씨는 2024년 6월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전보 무효 확인 소송에서 지난달 29일 승소했습니다. 지씨는 전보가 공익신고에 대한 불이익 처분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재판부는 “지씨의 이 사건 신고가 공익신고에 해당하고, 지씨가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며, 처분(전보)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반하는 불이익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며 “전보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익신고와 공익신고자 자격을 인정받은 겁니다.

판결 직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 항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판결 취지를 엄중히 받아들여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힘을 쏟겠다”며 “지혜복 선생님이 권리와 지위를 회복해 하루빨리 학생들과 만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고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고요.

지혜복씨 전보 처분 취소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했던 서명운동. 공동대책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지혜복씨 전보 처분 취소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했던 서명운동. 공동대책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선(맥락들): 문제 알렸는데 왜 인사 대상 됐나

문제의 발단은 서울 시내 한 중학교 남학생들의 성희롱 사건입니다. 당시 해당 학교 상담부장으로 재직하던 지혜복씨는 2023년 5월 여학생 다수가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외모를 평가하는 식의 성희롱과 동의 없이 몸을 만지는 성추행이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지씨는 익명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여학생 31명 중 29명이 언어적 성희롱 등을 목격하거나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학교가 남학생들에게 ‘여학생들과 말을 섞지 말라’는 등의 조치를 내놓는 동안 일부 피해 학생들의 정보가 드러났습니다. 지혜복씨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피해 학생들을 색출하고 반마다 무리 지어 다니며 책상을 발로 차거나 커터칼 소리를 내며 위협했고요. 온라인상 괴롭힘까지 발생했습니다.

2차 피해가 심각해지자 지혜복씨는 2023년 6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신고했는데요. 2023년 12월 센터는 “2차 피해 정황이 확인됐다”며 6가지 사항을 권고했습니다. 권고 내용은 피해 학생 회복프로그램 실시, 학생·직원 대상 성교육, 학교 관리자의 사과 및 재발방지 입장 표명, 유사 사안 예방 등이었습니다.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 당사자인 지혜복 교사가  지난해 3월6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에 꽃을 들고 서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 당사자인 지혜복 교사가 지난해 3월6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에 꽃을 들고 서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그러나 학교 측은 2024년 2월 오히려 지혜복씨를 다른 학교로 보냈습니다. 특정 교과의 교사 정원을 감축하기로 하면서 먼저 온 순서대로 전보 대상을 정했다는 겁니다. 지씨와 시민사회는 이를 성폭력 사안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도 지혜복씨의 공익신고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보 철회를 요구하는 지씨에게 2024년 3월 “공익신고자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아닌 부패방지법을 근거로 지씨를 공익신고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적용해 전보를 불이익 처분으로 판단했고요.

이에 지혜복씨는 출근을 거부하고 1인 시위로 부당함을 호소했는데요. 학교는 무단 결근이라며 그를 해임했습니다. 이후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2년이 걸렸습니다. 지씨의 시위에 시민단체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고, 2024년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에는 소위 ‘말벌 동지’(예능에 출연한 말벌 아저씨처럼 투쟁 현장에 신속히 뛰어드는 시민들)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피해 학생·학부모들도 지씨를 돕기 위해 법원에 탄원서를 냈고요.

면(관점들): 보호법 있지만 ‘사각지대’ 있다

이번 사건은 공익신고자 보호 측면에서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남겼습니다. 지혜복씨는 선고 후 법정 앞에서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다 저처럼 고통받고 학교를 떠난 교사들이 온전히 보호받기를 원한다”며 “그분들에게 오늘 이 판결이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그의 말처럼 이번 선고로 정당한 공익신고는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혜복씨가 공익신고자로 인정받기까지 2년이 넘는 기간 차디찬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야 했다는 점입니다. 지씨는 지난해 3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말벌 동지들이 자신의 학생 시절 피해 경험을 털어놓으며 한 “꼭 이겨달라”라는 말을 곱씹었습니다. 성폭력 피해 학생들을 떠올리며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요. 시민사회의 연대와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지난 3월 3일 서울 종로구 동덕빌딩 앞에서 열린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집회에서 지혜복 교사(왼쪽)가 한 말벌 동지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김남희씨 제공

지난 3월 3일 서울 종로구 동덕빌딩 앞에서 열린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집회에서 지혜복 교사(왼쪽)가 한 말벌 동지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김남희씨 제공

이렇게 지혜복씨가 힘든 싸움을 한 건 공익신고 직후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자에 대해 최대 3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는데요. 지씨의 사례처럼 일단 전보·해임이 결정된 신고자는 공익신고자 인정까지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익신고자가 보호조치를 신청한다고 해도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용한 건수는 최근 5년 동안 7.3%에 그칩니다.

이에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신고자에게 보다 폭넓은 보호조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1월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 개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는데요. 개정안에는 공익제보자 보호 범위를 ‘신고 준비 단계부터’로 확대하고, 불이익조치 절차를 국민권익위원회 판단으로 일시정지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사건의 본질인 ‘학교 내 성폭력 해결’도 과제입니다. 지혜복씨는 “스쿨미투 전에 (성폭력이) 노골적이었다면 이제는 숨는 형태가 됐을 뿐”이라며 “교사가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면 고립된다. 가해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들로부터 비난과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반페미니즘, 극우 정서가 심화했다는 분석은 우려를 더욱 키웁니다.

이주영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 활동가는 칼럼에서 “지혜복 교사의 부당전보 처분 취소와 해당 학교 성폭력 문제의 해결이 올바른 성교육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는 단순히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는 성교육의 기본 철학에 대한 물음입니다. 교육 당국과 학교는 과연 학생들을 지키려 나선 교사를 먼저 제대로 존중했을까요.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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