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효진 기자
국내 밀가루 기업 7곳이 6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밀가루 가격 담합을 벌인 사실이 적발돼 이 중 6개 제분사 대표이사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앞서 제당 기업과 가스 장치 기업 등의 가격·입찰 담합도 수사했는데, 5개월간 이에 가담한 기업과 기업 경영진 52명을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한제분과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국내 제분사 6곳과 이 회사들의 전·현직 대표, 기업 간부 등 총 2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자진신고를 한 제분사 한 곳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에 따라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와 변동 폭, 시기 등을 서로 합의해 부당하게 시장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검찰은 이 기업들이 이를 통해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얻었다고 추산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 기간 밀가루 가격은 담합 전 가격보다 42.4%(2023년 1월 기준) 치솟았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즈음인 지난해 7월 기준으로도 밀가루 가격은 담합 전보다 22.7%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서민경제 교란 범죄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관련 첩보를 통해 담합 정황을 인지해 수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11월 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3개 제당 기업이 설탕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대표급 임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법인을 포함해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효성, 현대, LS, 일진 등 국내 기업 10곳에서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을 담합했다는 의혹도 수사해 담합을 주도한 기업 4곳과 그 임직원 등 총 19명을 지난달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2차례 고발을 요구하는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는데,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불공정 거래 사건에 대해 검찰이 고발을 요구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응해야 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생활필수품 등 국민 물가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담합 범죄 근절 및 공정한 경쟁 질서 회복을 위한 범정부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공정위와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