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 300만페이지를 추가 공개했다. 새로 공개된 문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재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언급이 다수 포함되면서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NN은 31일(현지시간) 법무부가 전날 추가 공개한 엡스타인 문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00번 이상 언급됐다고 전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전날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00만페이지가 넘는 문서와 2000개 이상의 영상, 18만장의 사진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문건에는 이메일, 문자 메시지, 뉴스 기사, 내부 조사 보고서 등이 포함됐다.
[플랫]“트럼프, 피해자와 수시간 보냈다”…엡스타인 ‘e메일’ 공개 파장
2026년 2월 1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보고서, 2019년 7월 6일(현지시간) 엡스타인이 구금되었을 때 작성된 보고서다. AP연합뉴스
추가 공개된 문건에는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성범죄 관련 주장 10여 건을 정리한 내부 기록이 포함됐다. FBI 기록에는 엡스타인의 피해자 중 한 명이 엡스타인의 옛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에게서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받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FBI 기록의 신빙성을 입증할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일부 문서에는 2020년 대선 직전 FBI에 제출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허위적이고 선정적인 주장이 담겨 있다”며 “해당 주장들은 근거가 없고 거짓”이라고 밝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문건에 등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엡스타인의 e메일에는 게이츠가 러시아 여성들과 성관계 후 성병에 걸렸고, 당시 아내였던 멀린다에게 이를 숨기기 위해 항생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게이츠의 대변인은 “터무니없고,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머스크가 2012, 2013년 엡스타인에게 “개인 섬에 방문하고 싶다”고 물은 내용도 포함됐으나 실제로 방문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엡스타인이 섬으로 초대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트닉 장관이 2012년 12월 엡스타인의 섬에 초대받았다는 내용의 e메일도 공개됐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전 왕자가 바닥에 누워있는 한 여성과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돼 영국 정치권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방일 중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관련 질문에 “정보를 가진 사람은 누구든 요청받는 어떤 형태로든 그 정보를 공유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앤드루 전 왕자가 미 의회에 출석해 증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1월 24일 (현지시간) 그린란드의 한 버스정류장에 트럼프와 젭프리 엡스타인의 사진이 걸려 있다. 게티이미지
[플랫]엡스타인 문건 공개 주역 ‘생존자 자매들’…“함께인 우리가 승리했다”
법무부가 문건을 공개하며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제대로 삭제 처리하지 않는 등 충분한 보호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엡스타인의 피해자 18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또다시 피해자들의 이름과 신원이 공개되고 있는데, 우리를 학대한 가해자들은 여전히 숨어서 보호받고 있다”며 “우리는 진실이 완전히 밝혀지고 모든 가해자가 마침내 책임을 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공개된 문건의 이미지 일부를 삭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추가 공개로 엡스타인 파일 공개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블랜치 부장관은 “이는 매우 포괄적인 문서 식별 및 검토 과정의 종료를 의미한다”며 “이 문서들을 검토한다고 해서 정보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충분히 엡스타인 문건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관련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 통과를 주도한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법무부가 600만페이지 이상의 관련성 있는 문서를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검토와 편집을 거쳐 약 350만페이지만 공개했다”며 “나머지 문서가 공개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배시은 기자sieunb@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