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공개한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 중 하나가 1일(현지시간) 촬영됐다. 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전 왕자, 노르웨이 왕세자비까지 연일 세계 유력 인사와 관련해 파장을 낳고 있는 ‘엡스타인 파일’의 핵심 인물 고 제프리 엡스타인이 러시아 당국에 포섭된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날 텔레그래프는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엡스타인 사건 수사 관련 소위 엡스타인 파일 문서 300만건, 사진 18만건, 영상 2000건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는 문서가 1056건, 모스크바를 언급한 문서가 9000여건 포함됐다고 주목했다.
이 문서들은 엡스타인이 푸틴 대통령과 아동 성매매로 유죄판결을 받은 2008년 이후에도 면담을 허가받았음을 시사한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매체에 따르면 2010년 엡스타인은 부하직원에게 러시아 비자를 받도록 도와주겠다며 “나한테 푸틴 친구가 있는데 부탁해 볼까?”라고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엡스타인이 러시아 출신 성매매 여성 모집에 나선 점을 들어 그가 러시아식 ‘콤프로마트’ 작전을 수행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는 유력 인사를 몰래 촬영하거나 도청장치 등을 이용해 성관계, 뇌물수수 등 약점이 될 만한 정보를 수집한 뒤 협박 수단으로 삼는 것을 뜻한다.
특히 엡스타인이 2015년 세르게이 벨랴코프 당시 러시아 경제개발부 차관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면 ‘협박’이 그의 관심사였음이 드러난다고 이 매체는 주목했다. 당시 엡스타인의 메일 내용은 모스크바 출신 한 러시아 여성이 뉴욕 유력 사업가들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려는 시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것에 가깝다고 매체는 전했다. 벨랴코프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설립한 ‘FSB 아카데미’ 출신이다.
엡스타인과 그의 부하직원들이 러시아 여성들을 모집해 모스크바에서 파리나 뉴욕으로 보낸 정황을 시사하는 비행기 예매 기록 이메일도 미 법무부가 공개한 문서에 포함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전 왕자가 바닥에 누운 여성의 신체에 손을 대는 모습이 포함돼 영국 내에서 큰 파문이 일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혼외 관계를 통해 성병에 걸린 뒤 엡스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주장을 담은 이메일도 공개됐다. 이 메일은 엡스타인이 본인에게 전송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의 감독 브렛 래트너, 노르웨이의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도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