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진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74.69포인트(5.26%) 내린 4949.67, 코스닥 지수도 51.80포인트(4.44%) 내린 1098.36에 장을 마쳤다. 권도현 기자
올 들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코스피가 ‘워시 쇼크’에 5% 넘게 급락했다. 환율과 금·은·비트코인 시장도 요동쳤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압박도 다시 불거졌다. 대외 불확실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할 때다.
2일 코스피는 1.95% 급락하며 시작한 뒤 낙폭을 키우다 5.26%(274.69포인트) 내린 4949.67로 마감했다. 종가 5000선이 무너진 건 지난달 26일 이후 5거래일 만이고, 낙폭은 2024년 8월5일 234.64포인트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조원 넘게 ‘패닉 셀링’을 했고, 낮 12시31분엔 올해 첫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51.80포인트(4.44%) 내린 1098.36에 장을 마쳤다. 진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24.8원 급등했고, 국내 금 시세는 하한가(10%)까지 급락했다. 코인 시장 역시 휘청거렸다.
시장 불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통화긴축 성향의 ‘매파’로 분류되는 케빈 워시 전 미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촉발됐다. 지난주 금요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고, 금(-11.4%)·은(-31.4%) 선물가격이 폭락하며 46년 만에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장중 7만5000달러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인공지능(AI) 투자 과열론으로 불안하던 시장에 ‘워시 쇼크’가 변동성을 키운 것이다. 그 결과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 추진과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맞이한 ‘코스피 5000 시대’가 대외 변수 한 방에 속절없이 흔들린 셈이다.
‘트럼프 관세’도 리스크가 됐다.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처리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다시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급거 방미길에 올랐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귀국하면서 “미국은 이미 관보 게재 준비 등 관세 인상 조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관세를 무기화하고 동맹국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트럼프 임기 내내 ‘관세 협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향후에도 대미 투자 업종 선정이나 투자 집행 속도를 문제 삼아 새로운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발 대외 불확실성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이런 때일수록 여야 정치권·정부·민간의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의연하게 임해야 하고 국회는 대미투자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국익 앞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보호 정책도 꾸준히 병행해 자본시장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