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영토 문제가 연일 세계적 이슈다. 상대에 대한 존경과 배려 없이 좌충우돌하며,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검은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 품격은커녕, 황당함을 넘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주장은 안보가 아니라 핵심 광물과 천연자원 때문’이라고 한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제한된 땅을 둘러싼 싸움은 인류 역사 이래 끊이지 않았다. ‘영토 본능’은 식물 세계에도 존재한다. 다른 식물을 내쫓으며, 땅을 독차지하려는 종들이 있다. 호두나무, 담배, 가죽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생화학 물질을 분비해 주변 식물의 생존과 번식을 방해한다. 마치 ‘배타적경제수역’이나 ‘공해’를 제멋대로 ‘영해’라고 우기듯, 자기 영향권을 넓힌다. 이 현상을 ‘타감작용(알레로파시)’이라 하는데, 오스트리아 식물학자 한스 몰리슈의 <한 식물이 다른 식물에 끼치는 영향, 알레로파시>(1937)라는 저술에서 유래했다. 원예가였던 부모님과 유전학자 멘델과의 교류를 통해 어릴 적부터 그는 식물에 남다른 관심을 두었다. 그는 한때 일본의 대학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오스트리아가 극도의 인플레이션과 대혼란에 빠졌을 때, 도호쿠대학 초청으로 교수로 부임해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연봉은 1만엔, 총장보다 2000엔이나 많은 금액이었다. 일본은 그에게 실험실이자 피란처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65세였으니, 노년의 열정을 불사른 셈이다.
훤칠하고 수려한 외모의 몰리슈는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한 일본 여성으로부터 활짝 핀 등나무꽃을 보러 오라는 초대를 받는다. 그것은 일본 전역에서 숭배받는 등나무였다. 꽃을 감상하던 중, 동행한 조교가 꽃송이를 만지려 하자, 그녀가 제지했다. 몰리슈가 이유를 묻자, 그녀는 ‘식물의 영혼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물 정령에 대한 일본 특유의 관념을 이해하지 못했던 ‘독일 민족주의자’ 몰리슈는 등나무를 과학의 대상으로만 보았을 뿐, 정신과 문화로서 자연을 경배하던 일본인의 감성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연에는 정신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곧 인간에 대한 태도다. 땅을 그저 ‘삽질의 가치’로서만 평가하는 것은 졸렬함과 무례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이다. 그린란드 사태는 그린란드인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영혼을 침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