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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머무는 경험

입력 2026.02.02 20:02

수정 2026.02.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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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에 흥미로운 흐름이 감지된다.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집에서 영화를 손쉽게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에 오래된 명작이나 예술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재개봉한 명작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이들이 중장년보다 2030 세대가 많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궁금증이 커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과 CGV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봉한 왕자웨이 감독의 <화양연화 특별판>은 개봉 한 달 만에 누적 관객 5만명을 모으며 저력을 과시한 가운데 20대 관객의 예매율이 30%, 30대가 28%로 2030 관객이 전체 관람객의 60% 가까이 차지했다. 같은 시기 개봉한 타이완의 거장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도 마찬가지다. 2030의 예매율이 70%에 달한다.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넘은 20세기 명작들에 젊은 관객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이다.

OTT 플랫폼과 스마트폰 중심의 영상 소비는 ‘편하고 빠른 콘텐츠 소비’가 특징이다.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장면만 골라 보고 흥미가 떨어지면 건너뛰거나 바로 종료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에 머무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실패 가능성은 빠르게 회피하는 방향으로 시청 습관이 변화했다. 짧고 자극적인 숏폼, 요약본, 배속 시청이 자연스러워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극장에서 2시간 가까이 한 공간에 머무르며 완전한 영화 경험에 몰입하는 것을 색다른 체험으로 여기는 관객들이 생겨났다. OTT가 준 편리함과 즉각적 만족을 넘어, 영화관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집중하는 경험 자체가 매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중간에 끊을 수도, 되돌려 볼 수도 없이 영화관에 ‘갇혀’ 있는 경험이 색다르다니, 쉽게 도망칠 수 없는 공간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주는 안도감 같은 것일까. 분명한 건 한 편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따라가는 경험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 됐다는 것이다. 20세기 명작들을 영화관에서 처음 만나는 젊은 관객들은 스크린의 크기와 음향, 그리고 동시대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작품의 깊이를 새롭게 탐험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극장가 명작 재개봉 바람에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화양연화 특별판>과 같은 날 개봉한 <하나 그리고 둘>은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3만5000명을 훌쩍 넘겼다. <철도원> <퐁네프의 연인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등 20~30년 전 명작들도 최근 잇따라 재개봉하며 작품을 추억하는 관객과 다시 만나는 동시에,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젊은 관객들과 설레는 첫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영화와 재개봉 명작을 찾는 2030 세대의 움직임은 문화 소비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노잼 회피’가 문화 소비의 기본값이 됐다고는 하지만 모든 관객이 빠른 만족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는 속도를 늦추고,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머무는 경험을 원한다. 극장은 그 욕망을 가장 분명하게 실현할 수 있는 장소다. 빠른 콘텐츠에 지친 시대에 오래된 영화들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어쩌면 그 단순한 사실에 있을지 모른다.

노정연 문화부 차장

노정연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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