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 정책과제 보고서
청년기에 빚 내서 집 사면 중장년 돼서도 총자산 규모 월등히 커
부동산·부채 활용, 자산 하위 40% ‘부 증식’ 중요 요인으로 작용
“저자산층에 단기 소득 지원 대신 생애주기별 자산 형성 정책을”
한국 사회의 자산 격차는 소득 차이보다 청년기 자산 형성과 주택 보유 여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년기에 생긴 격차는 이후에도 고착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산 격차 요인 분석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가계금융복지조사(2017~2024년) 원자료와 한국복지패널 자료를 가지고 이런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자산 유형별로 집단을 나눠 2007년 청년기(17~34세)의 자산 유형이 2023년 중·장년기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추적했다. 한국복지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자산을 부동산 자산·금융 자산·부채·노동소득 등 4가지로 구분하고, 보유 비율에 따라 총 5개 집단으로 나눴다. 부동산과 부채가 없고 평균 수준의 금융자산과 낮은 노동소득을 가진 ‘집단 1’부터, 높은 부동산 자산과 평균 이상의 금융 자산, 높은 부채와 노동소득을 함께 보유한 ‘집단 5’까지 단계별로 구성됐다.
2023년 시점에서 각 집단의 자산 상황을 살펴본 결과 모든 집단에서 청년기 대비 중·장년기에 자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높은 가치의 부동산과 부채를 함께 보유했던 집단 5는 중·장년기 총자산의 절대적 규모가 다른 집단에 비해 현저히 컸다. 연구진은 “높은 부채를 바탕으로 부동산 자산을 추가로 증식했거나,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 경우가 다른 자산 유형 집단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청년기에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았던 집단 1과 집단 2의 경우 중·장년기 자산 형성 규모는 부채 보유 여부에 따라 갈렸다. 부채가 없었던 집단 1의 총자산 규모가 부채가 있었던 집단 2보다 크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해 생긴 부채가 아닌 생계형 부채의 경우 생애 기간의 자산 축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했다.
관측 기간 청년층의 총자산 가운데 금융 자산 비중은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진 반면 부동산 자산 비중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기에 부동산 자산이 없었던 집단 1과 집단 2조차 16년에 걸쳐 부동산 자산을 형성하면서 해당 자산이 총자산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또한 연구진은 자산 규모 하위·중간·상위층으로 나눠 자산 형성 메커니즘을 비교했다. 자산 하위 40%, 중간 수준(75% 지점), 상위 10%(90% 지점)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자산 하위층에서는 부동산 자산 보유와 부채 활용이 자산 수준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자산 상위 10%에서는 고부동산·고금융 자산·고부채 구조를 동시에 갖춘 경우에만 자산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이 나타났다.
즉 자산이 적거나 중간 수준인 경우에는 주택 보유와 부채 활용 방식이 중요하지만 이미 자산이 많은 집단은 자산을 대규모로 운용하는 구조 자체가 상위 유지의 조건이 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상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자산 격차는 두드러졌다. 한국은 상위 10%의 자산 점유율이 일본·덴마크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반면 하위 50%의 자산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자산 격차 완화를 위한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생애주기 관점의 접근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정책 지원의 우선 순위를 중·저자산층에 두고 이들이 청년기부터 중·장년기까지 자산을 안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소득 지원보다는 자산 형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사회지출과 연금, 재산세 등 복지·조세 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하위 자산층의 자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