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왕세자비 1000번 거론
영국·슬로바키아도 정치 파문
‘러시아 고정간첩’ 가설 제기도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유럽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 정·재계뿐 아니라 유럽 유명 인사들도 엡스타인과 연루됐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선 미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추가 공개한 엡스타인 문건에 메테마리트 노르웨이 왕세자비의 이름이 최소 1000번 이상 등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2001년 호콘 왕세자와 결혼한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는 2011~2014년 엡스타인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는 당시 엡스타인에게 “엄마가 15세 아들 배경화면으로 서핑보드를 든 두 명의 나체 여성 사진을 제안하는 건 부적절할까”라고 묻거나 엡스타인을 “정말 다정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엡스타인이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친밀한 사이를 유지한 데 대한 비판이 커졌다. 그러자 노르웨이 왕실은 메테마리트 왕세자비가 엡스타인이 자신과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느껴 2014년 연락을 끊었다고 밝혔다.
엡스타인과의 친분으로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주미 영국대사직에서 해임된 피터 맨덜슨 영국 상원의원은 이날 집권여당 노동당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맨덜슨 의원은 최근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에서 2003년 엡스타인으로부터 7만5000달러를 송금받은 정황이 드러나 다시 구설에 올랐다.
엡스타인은 맨덜슨 의원이 산업장관이던 2009년 은행 보너스에 대한 영국 세금 제도에 관해 로비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고, 맨덜슨 의원은 “재무부가 버티고 있지만 내가 직접 챙기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맨덜슨 의원은 이러한 의혹에 “기억이 전혀 없으며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더는 노동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기에 당원 자격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당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맨덜슨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다.
영국 사회에선 엡스타인과 연관된 성범죄 의혹으로 이미 작위를 박탈당한 앤드루 전 왕자가 바닥에 누운 여성의 신체에 손을 대는 사진이 이번에 공개돼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슬로바키아의 미로슬라우 라이차크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파일에서 2018년 엡스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
그는 애초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 업무를 위한 교류였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지 않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엡스타인이 러시아 당국에 포섭된 고정간첩이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엡스타인 파일을 분석한 결과 그가 젊은 러시아 여성들과 재산·권력이 있는 남성들의 성관계를 주선했다며, 이들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협박 수단으로 삼는 이른바 ‘콤프로마트’ 작전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