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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국내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도 최근 '작가가 AI를 쓴 것 같다'는 독자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은 작가·평론가·교수 21명에게 'AI를 활용한 문학'에 관한 생각을 물어봤는데요.

김보영 소설가는 "누군가가 나에게 상과 저작권료를 준다는 것은 그것이 나의 온전한 창작물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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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내 소설 빨리 수정해요”…AI가 쓰고 작가는 조수?

입력 2026.02.03 07:00

  • 조해람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딸깍 출판’ 넘어 ‘딸깍 문학’ 열리나

xAI, 베테랑 작가를 ‘AI 조수’로 채용

‘글쓰기’에서 AI의 역할은 어디까지?


온라인에서 널리 사용되는 게티이미지의 인공지능(AI) 로봇 이미지를 ‘소설가처럼’ 다듬은 이미지. 제미나이 생성

온라인에서 널리 사용되는 게티이미지의 인공지능(AI) 로봇 이미지를 ‘소설가처럼’ 다듬은 이미지. 제미나이 생성


“그래서 안티노우스가 말했다. ‘머선129?’(무슨 일이고?)”

“그들은 태양신 히페리온의 소들을 먹는 ‘스불재’, 즉 스스로 불러온 순전한 어리석음 때문에 멸망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출판사가 펴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번역본 내용입니다. 이 출판사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번역한 세계 고전문학을 연달아 내놓고 있는데요. 사람이 제대로 감수하지 않은 건지, 고대 그리스 서사시에 요즘 인터넷 은어가 그대로 실려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샀어요.

그런데 이 일, 해프닝으로만 넘기기엔 어딘가 찝찝합니다. 최근 출판계에 AI는 쓰나미처럼 밀어닥치고 있거든요. 얼마 전에는 AI 챗봇 ‘그록’을 운영하는 xAI가 AI 생성 글을 고치기 위해 베스트셀러 작가와 저명한 학자들을 고용한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인간의 마지막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창작’에까지 깊게 스며든 AI,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년에 9000권 낸 출판사?

xAI가 채용하는 직무는 ‘글쓰기 전문가(Writing Specialist)’입니다. 지원 자격은 휴고상 등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른 베스트셀러 작가, 부교수급 학자 등입니다. 그런 세계 최고 수준의 글쓰기 전문가들에게 주어질 업무는 ‘AI가 쓴 글 고치기’입니다. AI가 쓴 시·소설이나 논픽션·저널리즘, 법률·의학, 게임 작문 등을 다듬는 일이죠. 외신은 “작가들에게 이 제안은 기회라기보다 조롱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책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출판사 루미너리북스는 AI를 이용해 지난해에만 최소 9000권의 전자책을 출판했습니다. ‘에디팅팀’이라는 저자명으로 경제·인문·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뽑아냈죠. 예를 들어 ‘패션 출판 에디팅팀’은 AI 생성 패션 이미지를 활용해 피크닉 스타일링 북, 과제 발표 스타일링 북 등을 따로따로 냈습니다. 루미너리북스는 자사를 향한 비판에 “저희의 장기적 비전은 한국 AI 기술 발전 기여”라며 “AI는 이미 출판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유용한 도구로 자리잡았으며, 이를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했습니다.

출판사 루미너리북스의 패션 관련 전자책. 교보문고 화면 캡처

출판사 루미너리북스의 패션 관련 전자책. 교보문고 화면 캡처

AI 양산 책은 독자들에게 불편을 끼칩니다. 한 연구자는 주간경향에 “학술서가 필요해서 AI 생성 책인지 모르고 몇 권 사봤는데 내용이 엉망진창이었고, 참고문헌도 적혀 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지 않는 학술·교양서적은 도서관 납본 매출이 중요한데, 도서관의 한정된 책 구매 예산을 AI 양산 책이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면 다른 출판사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도 큽니다.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은 루미너리북스 책 300여권의 납본을 거부했습니다.

논픽션 넘어 문학까지?

일단 지금은 문학보다는 비문학 쪽이 AI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학도 AI의 파도 앞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충격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문학은 우리가 ‘인간만의 것’을 꼽을 때면 늘 앞자리를 차지하곤 했으니까요.

지난해 신춘문예나 주요 문학 공모전에서는 ‘생성형 AI를 사용 혹은 활용한 것이 확인될 경우 당선을 취소한다’는 안내 문구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문학 작품을 쓸 때 AI를 활용하는 이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죠. 미국의 SF 전문 출판 사이트 클락스월드는 2023년 2월 ‘더 이상 투고를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챗GPT 출시 이후 AI로 만든 작품이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국내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도 최근 ‘작가가 AI를 쓴 것 같다’는 독자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은 작가·평론가·교수 21명에게 ‘AI를 활용한 문학’에 관한 생각을 물어봤는데요. 문학인들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김보영 소설가는 “누군가가 나에게 상과 저작권료를 준다는 것은 그것이 나의 온전한 창작물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전성태 소설가는 “적어도 내 손끝에서 써지는 것들은 100% 내 몸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깊이 각인돼 있다”며 “학생들에게 ‘나는 마지막 세대가 되더라도 소설에 AI를 활용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의 판단대로 하라’고 말한다”고 했어요.

반면 노대원 제주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AI 사용 금지는 예술이 기술과 공진화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며 “현대예술은 언제나 기존의 관습과 가치관에 대한 도전이자 비판이었다”고 했습니다. 장강명 소설가는 “AI를 리서치에 활용한다면 이것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AI가 생성한 문장을 사람이 다시 고치면 (지금의) AI 탐지 장치가 그것을 탐지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AI를 작가로, AI 생성물을 창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도 뜨거운 논쟁거리일 겁니다. 논쟁이 어떻게 흘러가든 중요한 건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까지 AI에 온전히 떠넘기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해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실험 결과, 챗GPT를 사용해 에세이를 쓴 학생들과 직접 글을 쓴 학생들은 기억·언어·비판적 추론 관련 뇌 활성도에서 큰 차이가 났습니다. 챗GPT 사용 그룹은 4개월 뒤엔 AI의 도움 없이는 글을 쓸 수도 없었죠.

AI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는 ‘딸깍 시대’, 우리가 우리 자신을 퇴화시키지 않으려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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