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2017년 5월8일 뉴욕에서 열린 손 투자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전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그의 오랜 상사이자 멘토인 스탠리 드러켄밀러(73)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가의 전설적인 억만장자 투자자 드러켄밀러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멘토로도 꼽혀 사실상 그가 미국 경제 정책의 중심부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시는 드러켄밀러의 회사에서 10년 넘게 함께 일하며 경제와 시장을 논의해왔다. 월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워시가 연준의 독립성을 지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드러켄밀러는 오래전부터 연방정부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부채에 비판적이었다. 경기침체를 감수하고도 금리를 대폭 높여 연준의 신뢰를 회복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을 존경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80년대 미국의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높인 인물이다. 드러켄밀러는 월가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 실적을 가진 인물 중 하나로 연평균 약 3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단 한 해도 손실을 본 적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드러켄밀러가 선입견에 의존하기보다 철저하게 데이터를 신뢰하는 투자자로 알려진 만큼, 워시가 이러한 접근 방식을 따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워시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후 ‘소신 있는 매파’와 ‘정치적 비둘기’라는 엇갈린 평가가 뒤따랐지만, 드러켄밀러의 지대한 영향을 받은 그가 임기를 시작하게 되면 데이터를 토대로 유연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드러켄밀러의 헤지펀드에서 일했던 버즈 벌록은 WSJ에 “드러켄밀러 곁에 있으면서 그의 영향을 받지 않긴 어렵다”며 “그는 어떤 것에 대해서든 생각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드러켄밀러는 워시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된 직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케빈을 매파적 인물로 낙인찍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나는 그가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방향 모두를 취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FT는 드러켄밀러가 워시, 베선트 장관과 여전히 장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면서 이제 그를 세계 경제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로 추대할 때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드러켄밀러와 마치 ‘아버지와 아들 같은 관계’로 묘사되기도 하는 워시와 베선트 장관은 “드러켄밀러의 언어를 빌려 입장을 전한다”고 할 정도로 시장과 경제 정책을 해석하는 드러켄밀러의 관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연준 의장과 적극적인 투자자 사이에 직접 소통이 이뤄지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드러켄밀러가 워시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FT는 전했다. 드러켄밀러는 베선트 장관이 재무장관 자리에 오른 뒤에는 부적절해 보이는 상황을 피하고자 접촉에 신중을 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