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특별검사가 지난해 12월6일 서초구 사무실에서 열린 특검팀 현판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수사 무마·퇴직금 미지급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이 쿠팡플필먼트서비스(CFS) 전현직 대표 등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뒤집으면서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검은 3일 엄성환 전 CFS 대표와 정종철 현 대표를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CFS 법인에도 양벌규정을 적용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양벌규정이란 법인의 임직원 등 관련자가 업무와 관련해 위법 행위를 한 경우 법인에게도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특검이 출범한 이후 첫 공소 제기다.
엄 전 대표 등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CFS는 취업규칙에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지급기준을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고, 계속근로기간 산정 시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인 기간은 제외’하도록 규정했는데, 2023년 5월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고, 해당 기간 4주 평균 15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로 변경했다. 근무기간 중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인 기간이 끼어 있으면 퇴직금을 그때부터 다시 산정토록 한 것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가 대폭 줄었다. 정 대표는 당시 법률 부문 대표이사로, 법률 검토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혐의없음’ 의견과 달리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다수의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CFS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했으며, 불이익 변경 시 회의를 열고 찬반 투표를 통해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이를 건너뛴 물증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특검이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CFS의 ‘일용직 제도개선 세부사항 협의 결과’ 자료에는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제기 시 개별 대응함”이라고 적혀 있다.
특검은 CFS가 취업규칙 변경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추산한 사실도 지난해 12월 압수수색을 통해 새롭게 확인했다. 이른바 ‘리셋 규정’을 도입하면 퇴직금 수십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보고서는 엄 전 대표에게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현재 피해가 확인된 노동자 40여명의 퇴직금 1억2000만원을 피해액으로 특정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은 “쿠팡의 이 사건 당시 노동자 채용 규모 및 장래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채용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미지급 사건의 실체가 단순히 공소사실에 포함된 금액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검찰이 CFS를 봐주기 수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문지석 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문 부장검사는 CFS의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의 반대로 CFS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특검팀은 “CFS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이와 동일한 형태로 채용되어 근무하고 있는 다수의 플랫폼 근로자들의 상용근로자성 판단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사안”이라며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충실한 수사를 통해 이 사건 공소제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