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 더 정확히 말하면 극우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민의힘의 행보는 합리적 재건이 아니라 극우 세력에 의한 내부 점령에 가깝다. 전략적 연합을 통해 극우는 주류를 장악한 뒤 합리적인 목소리를 거세해버렸다. 그들은 선동적인 자주 노선을 걷고 있다. 스펙은 엘리트인데 비합리적인 선동을 일삼는 집단이 되었다. 그런데 그들에겐 정치적 문제 못지않게 경제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주류 세력이 보여주는 ‘코스피 5000’에 대한 거부감은 그들이 표방해온 ‘시장주의자’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근본적인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나 의원은 과거 코스피 5000 공약을 향해 “반시장 DNA를 가진 후보의 허황된 구호”라고 일갈했다. 그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정작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DNA가 체질화된 이들이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그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왜? 그들은 총수와 기업을 구분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상장 대기업이 아닌 3대째 내려오는 베이커리 정도로 생각한다. 비법을 가진 주인은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다.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자는 재무경제학의 고전적 이론을 기업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한다. 실제로 이 이론을 만든 학자는 노벨 경제학상의 유력 후보였다.
심지어 이들은 상법 개정이라는 시장 선진화 조치조차 ‘중국 자본에 의한 점령’이나 ‘투기 자본의 먹튀’라는 음모론적 프레임에 가두어버렸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코스피 상승의 배후에 중국 자본의 불법적인 개입이 있다는 황당한 의혹까지 제기했다. 주주 보호를 ‘중국 자본에 의한 습격’으로 둔갑시키는 공포 마케팅은 신박하다. 이는 근거 없는 불안을 확산시키는 선동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을 정말 믿는 것 같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 선동이 아니라 진짜 신념이라는 말이다. 한국의 보수는 더 이상 시장의 수호자가 아니다. 그들은 시장 개방을 외세의 침략으로 간주하는 21세기형 자본시장 쇄국론자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부하는 폐쇄적 고립주의가 그들의 진짜 DNA가 된 것이다.
극우의 고립주의는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독이 된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이전보다 6~8% 감소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미래 성장 동력인 기업 투자의 붕괴다. 브렉시트가 만든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미래 의사결정을 유예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기업 투자는 이전 추세 대비 12~18%나 급감했다. 이는 일시적 위축이 아니라 자본 축적과 기술 혁신을 막는 영구적 상흔을 남겼다. 노동생산성 또한 3~4% 하락하며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되었다.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공급망은 교란되었고 기업 효율성은 떨어졌다. 이는 곧 생산비용 상승과 고용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세계와의 고리를 끊은 고립주의의 대가를 잘 보여준다. 불행히도 지금 한국 보수가 정확히 그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은 글로벌 자본시장의 표준인 투명한 거버넌스 확립을 거부하고, 한국 경제를 스스로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결국 그들의 반시장적 선동은 국가를 장기 침체로 넣는 자해 행위일 뿐이다.
한국 극우는 국경을 넘어 미국 마가(MAGA) 세력과 기묘하게 결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핍된 논리를 미국 마가의 권위를 빌려 채우려 한다. 최근 밴스 부통령 등 마가 세력은 쿠팡 문제를 “미국 기업 공격”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이 날 선 반응의 배후에는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다. 쿠팡은 매년 100만달러 이상의 로비 자금을 미국 정치권에 지출해왔다. 밴스 부통령의 호통은 로비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한국 보수의 반시장적 이중성이 드러난다. 주주 보호에는 외세 침략을 운운하며 자주파로 변신하더니, 미국 마가 정치인의 발언 앞에서는 금세 저자세를 취한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로비로 만들어진 발언을 외교 재앙인 양 침소봉대하며 국민을 겁박한다. 당장 한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터질 듯 호도하는 기사는 극우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것일 뿐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쿠팡에 대한 정당한 요구에 재갈을 물리려는 모습은 비겁하다. 그리고 냉정하게 따져보자. 시가총액 2조달러인 아마존이나 메타는 매년 2000만달러 이상을 워싱턴에 쏟는다. 시가총액이 367억달러 수준인 쿠팡이 기껏 100만달러를 쓴다고 미국 유력 정치인들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움직여주겠는가. 이제 한국 극우는 이런 단순한 계산조차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더 망해봐야 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