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1심 징역 1년8개월 선고, 이유는?
혐의①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무죄
혐의②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무죄
혐의③ 통일교 관련 금품 수수→일부 유죄
대통령 배우자로서 지위·영향력 고려됐을까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8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징역 1년8개월형의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구형(징역 15년)에 비해 낮은 선고 형량을 받아든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도 지난달 30일 항소장을 제출했고요. 김 여사는 ‘통일교 뇌물 수수’를 부인했고, 특검은 ‘명태균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무죄에 “심각한 사실 오인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지난달 28일 법원 판결의 어떤 부분이 쟁점인 걸까요?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김건희 의혹 중 ‘세 혐의’ 다룬 1심
혐의는 총 3가지입니다.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 통일교 측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총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 등입니다.
특검은 총 징역 15년,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을 구형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명태균 사건 혐의에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3720만원을, 도이치모터스·통일교 사건 혐의는 경합범(가장 무거운 범죄를 기준으로 형을 가중하는) 규정에 따라 합해서 징역 11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8억1144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1심 재판부는 총 징역 1년8개월, 추징금 1281만5000원, 6220만원 상당 그라프 목걸이 몰수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세 혐의 중 알선수재 혐의의 일부만을 유죄로 인정한 결과입니다. 명태균·도이치모터스 건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고요.
혐의①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무죄
명태균씨 사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가 여론조사를 통해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없고, 대가로 공천 등 이득을 준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는데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한 것을 공천권 행사로 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서 (윤석열의) 그런 말이 고려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반면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가 필요했던 정치적 상황과, 대통령의 정당 내 영향력이 과소평가됐다고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관위 관계자조차 논의 초기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후보 자질에 의문이 있었고 전략공천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했는데요. 김 전 의원은 공천을 받았습니다. 대선 경선 당시 경쟁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번 선고를 두고 “정치판을 전혀 모르는 판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2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5차 청문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 간의 통화 육성 녹음을 재생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혐의②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무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된다는 것은 알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동정범(공동으로 범행)으로서 어떤 범행을 했는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김 여사 측 역시 “주가조작을 인지했더라도 ‘기능적 행위지배’(범죄 실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것)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요.
그러나 앞서 법정에서 공개된 김건희 여사와 미래에셋증권 직원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김 여사가 “내가 40% 주기로 했어”라고 하는 등 주가조작 세력과 수익을 배분하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 초기 수사팀이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도 기존 판결에서 통정 매매(주가조작을 위해 사전에 정해놓고 주식을 거래) 행위가 인정됐고, 김 여사가 제공한 20억원의 자금의 범죄 기여도 등 측면에서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혐의③ 통일교 관련 금품 수수→일부 유죄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세 차례의 수수 중 두 차례만 알선 목적이 있는 청탁이라고 인정했습니다. 2022년 4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등을 받을 때 명확한 요구(청탁)가 없었다는 이유입니다. 김건희 여사 측은 1심에서 인정된 두 차례 수수 중 그라프 목걸이는 받은 적이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특검은 ‘알선은 장래의 것이라도 무방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향후 통일교 정책에 대한 청탁을 염두에 두고 선물을 제공한 것임이 전후 사정상 명확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유죄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법원의 논리는 국민의 법 상식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고요.
지난달 28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대통령 배우자로서 지위·영향력 고려됐을까
이제 세 혐의는 2심에서 다시 다뤄집니다. 김 여사와 관련된 사법 절차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사건과 매관매직 의혹 등 재판 2개가 진행 중이고,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 아직 수사 중인 사건도 많습니다.
앞으로의 재판들은 이번 1심 재판부가 어떤 기준으로 김건희 여사를 심판했는지 참고할 텐데요.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선고 전 “무죄추정 원칙이나 ‘불분명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을 ‘피고인이 권력자라서’ 혹은 ‘권력을 잃은 자라서’ 다르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여사가 누구인지와 무관하게 범죄의 입증 여부만을 보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김 여사가 지난해 8월 특검에 출석하며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 취지와 일맥상통합니다.
반면 특검은 구형 당시 “김건희씨의 법치 파괴 행위가 일반인이 통상 범위 안에서 저지를 거라 예상해 마련된 기존의 양형 기준의 수준과 차원을 크게 뛰어넘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로서 지닌 지위와 영향력이 판단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는 주장인데요. 이번 판결에서 김 여사에게 공정한 법의 적용이 이뤄졌을까요. 앞으로의 재판에서도 그 질문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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