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서 통합 타운홀 미팅 열려
김태흠 “전남·광주 법안과 차이 너무 커” 비판
이창기 위원장 “법안 통과 후 사퇴 시한은 정치적”
김태흠 충남지사(왼쪽에서 세번째)가 4일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정의 기자
4일 오전 10시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극장. ‘행정통합, 충남 도민의 고견을 청(聽)하다’를 주제로 열린 대전·충남 행정통합 타운홀 미팅에는 충남 15개 시군에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주민 등 1200여명이 몰리며 행사장은 시작 전부터 북적였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전남·광주 법안과 대전·충남 법안을 비교해보니 차이가 너무 크다”며 “광주·전남이 100이라면 우리는 50도 안 되는 등 충청도를 핫바지로 보는 형태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광주·전남,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통합 논의의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며 “특례 조항이 들어간다면 다섯 개면 다섯 개, 세 개면 세 개, 똑같이 넣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제안한 이후 김 지사가 도민 의견을 직접 듣는 첫 공식 자리다.
김 지사는 “권한 이양 부분에서도 우리는 ‘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으로 돼 있는데, 민주당 법안에는 ‘할 수 있다’ 또는 ‘협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가 돼 있다”며 “이런 내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창기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도 민주당 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법안을 보면 오자·탈자도 많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며 “부칙을 보면 특정인을 겨냥한 ‘꽃가마 법안’이라는 의심이 든다. 공직자 사퇴 시한을 통상적인 90일이 아니라 법안 통과 후 10일 이내로 못 박아 놓은 것이 과연 지방분권을 위한 법안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향후 정치권 설득에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당장 5일부터 민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끝까지 도민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만나 우리의 요구를 직접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4일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남도 제공
도민들 사이에서는 통합이 이뤄질 경우 충남의 농업 분야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천안에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청년농업인 우민재씨는 “현장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여야에서 발의된 통합 관련 법안이 농민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딸기 농사를 짓는 또 다른 청년농업인 정유찬씨는 “대도시와 통합되면 예산이나 산업 정책이 도시 중심으로 쏠릴 가능성이 가장 걱정된다”며 “농업 분야에 대한 정책과 예산이 충남 중심으로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국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 등이 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을 중단하고 충분한 정보와 숙의 과정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정의 기자
행사장 밖에서는 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타운홀 미팅 행사 직전 ‘지방선거에 맞춘 졸속 통합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지방선거 이전 완료를 목표로 속도전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지역 행정체계와 주민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중대한 정책이 충분한 논의와 숙의 없이 정치적 결단으로 밀어붙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절차 문제를 지적하던 민주당 인사들이 정부가 통합에 나서자 갑자기 통합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의견 수렴만으로 정당성을 주장하는 방식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5일 오후 6시30분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에서 ‘충남·대전 행정통합 서산 시민사회 잡담회’를, 오는 10일 오후 2시에는 아산YMCA에서 ‘대전·충남 통합 아산 시민사회 잡담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