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2024년 9월30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 회의실에서 텔레그램 협의 관련 진전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감사원이 4일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을 받는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아들의 민원 제기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당 민원과 관련한 심의·의결에 참여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다만 민원 사주 정황은 확인됐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아 사주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류 전 위원장이 아들이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당 민원의 심의·의결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과태료 부과 대상인 류 전 위원장의 법 위반 사실을 관할 법원에 알리라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통보했다.
류 전 위원장은 2023년 가족과 지인에게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 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넣게 한 뒤 직접 심의 절차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류 전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등이 동일 시간대에 유사한 내용의 민원을 일시에 제기하는 등 민원 사주 정황이 확인됐다”면서도 “민원을 사주했다는 진술이나 물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아 민원 사주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 민원인 25명 중 답변에 응한 13명은 대부분 본인이 자발적으로 민원을 신청했으며, 류 전 위원장의 사주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또 류 전 위원장이 동생의 민원 제출 사실을 부하 직원으로부터 보고받고도 국회에서 수차례 위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사안은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국회가 이미 고발을 의결해 감사원은 별도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류 전 위원장이 지난해 6월 해촉된 점을 고려해 이 같은 비위 사실을 인사 자료로 활용하도록 인사혁신처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방심위가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자체 감사를 부실하게 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방심위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류 전 위원장의) 이해충돌 사건을 송부받아 자체 감사를 하면서, 사실관계 규명에 필수적이며 수집 가능한 증거 자료를 조사하지 않은 채 감사 결과를 ‘판단 불가’로 도출했다”고 밝혔다. 관련자 2명에 대해선 주의 조치했다.
류 전 위원장이 본인을 비판한 직원 등에게 사실상 보복 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를 뒷받침할 진술이나 물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고, 관련 인사 조치에서도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아 종결 처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