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력한 후계자 사이프, 공식 직책 없이 정권 2인자로 활동
‘아랍의 봄’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으로 사형선고 받았다 석방
암살 피하려 수년간 은신···전문가 “순교자로 기억될 가능성”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가 2008년 8월20일 정치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53)가 괴한의 공격을 받아 피살당했다.
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사이프의 변호사는 사이프가 리비아 진탄에 위치한 자택에서 괴한 4명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비아 법무장관은 공식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은 범행 전 폐쇄회로(CC)TV를 끄는 등 계획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암살 사건의 용의자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리비아 국민통합정부 소속의 민병대 ‘444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이프의 암살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관여하지 않았다”며 “상황을 혼란스럽게 하고, 혼돈을 조장하고 정보를 조작하려는 루머를 퍼뜨리지 말라”고 밝혔다.
사이프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온 인물이다. 그는 리비아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은 적은 없으나 정권의 2인자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방 정부와 접촉을 확대하는 등 개혁적인 성향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되고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유엔은 당시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와 분쟁으로 최대 1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사이프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 혐의 등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2011년 체포됐으며 유엔 제재 대상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리비아 법원이 2015년 사형을 선고했으나 2년 후 민병대에 의해 석방됐다. 그는 석방 이후 암살을 피하고자 수년간 지하에서 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권력은 물려받을 농장이 아니다”라며 아버지의 권력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부인해왔으나, 2021년 11월 리비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국민통합정부와 민병대 등이 선거 규칙에 대한 합의를 내리지 못해 선거가 무기한 연기됐다. 사이프의 측근은 “(사이프가) 최근 몇 달간 화해를 위한 제안을 마련하며 정계에 복귀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CNN에 말했다.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이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국민통합정부와 동부에 기반을 둔 경쟁 정부로 분리되어 통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프의 사망이 리비아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연구원 잘렐 하르샤위는 “사이프의 사망으로 친카다피 세력의 사기가 저하되는 것과 동시에 리비아에서 대선을 치르는 데 하나의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말했다. 리비아 전문가 에마데딘 바디는 “사이프가 상당수 국민에게 순교자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선 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엑스를 통해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