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대미투자특별법 특위 구성을 합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야가 4일 미국 정부의 관세 재인상 압박과 관련해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비준 동의가 우선이라고 주장해온 국민의힘이 한발 물러서면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물꼬가 트이게 됐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여야는 특위 구성 결의안을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다. 특위는 민주당 의원 8명, 국민의힘 의원 7명, 비교섭단체 의원 1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1명 이상을 포함하기로 했다.
앞서 한·미는 지난해 11월 14일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하고, 미국은 관세를 15% 인하한다는 내용의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발표하며 관세 인하 조건으로 대미 투자 법안 제출을 명시했다. 이후 민주당은 같은 달 26일 특별법을 발의했고, 미국은 연방 관보 게재를 통해 관세를 인하했다.
현재 재경위에는 대미투자특별법이 총 6건 계류돼 있다. 법안의 공통된 내용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위해 한시적으로 한·미 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의 대미투자특별법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MOU 등의 국회 비준 동의가 우선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 신속 처리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한·미 무역합의를 법제화하지 않았다며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인상하겠다고 하면서 법안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날 특위 구성은 국민의힘이 국회 비준 동의 주장을 잠정 유보하기로 하면서 타결됐다. 송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비준 동의안은 특위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민의힘은) 비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같은데, 현실적으로 관세 인상 메시지가 있었기에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국익 차원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안에 비준에 준하는 내용을 넣어도 되니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저쪽에서도 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활동 기한은 본회의 의결 직후 한 달로 정해진 만큼, 대미투자특별법은 다음달 9일 이전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경위는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이번달 안에 정부 상대 현안질의도 하기로 했다. 재경위원장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안 질의와 업무보고, 법안 상정과 관련해 설 전에 양당 간사 간 협의해 일정을 잡도록 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