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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상실의 시대

입력 2026.02.04 18:29

수정 2026.02.0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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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소수 정당 의원들 반대 속에 통과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해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소수 정당 의원들 반대 속에 통과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보면서 과거의 민주당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혁신계가 부재한 우리 제도정치에서 미약하나마 약자와 진보의 벗이던 그 정당의 특별함은 옛사랑이 되었다. 지금의 민주당은 힘을 숭배하는 ‘보통의 정당’들과 그리 구분되지 않는다.

두 가지 병증이 완연하다. 무엇보다 승리 지상주의다. 민주주의에 대한 목마름은 ‘선거 승리’ 집착으로 변했다. 정치공학은 문화가 되었다. 차별금지법이 표에 도움이 되나? 지방선거 앞 툭 던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론에서 표 계산 외 ‘가치 통합’을 읽어낼 코드는 보이지 않는다. 과거 민주당은 ‘이겨야 한다’만을 ‘목적’하지는 않았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정당의 본질적 생기가 가득했다.

두 번째는 부패다. 차명주식 거래, 공천헌금, 시의원직을 ‘가족 사업’ 여물통으로 삼는 일까지. 최근 윤리 난맥을 보면 ‘민주당 너마저’란 신음이 절로 나온다. 당 시스템 자체에 어떤 결함이 있음이다. 안개가 무진을 점령할 수 있는 건 바다 때문이듯, 민주당에 공천헌금 독버섯이 돋아난 건 어딘가 음습한 권력의 그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다움’은 이제 ‘민주당스러움’의 비꼼이 대신한다.

국민의힘은 비정상을 지나 섬뜩한 ‘착란 정당’으로까지 보인다. 윤석열의 위헌적 비상계엄을 일관되게 반대한 한동훈 전 대표를 쳐내면서 온전히 ‘내란 정당’이 되고도, ‘보수통합 토대를 마련했다’고 독백한다. 우리 사회 보수와 당의 구심이 ‘윤 어게인’ 망상 세력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익명 게시판 글을 문제 삼아 전 대표를 제명하고, 정당성의 근거를 경찰 수사에 맡겨 대표 재신임 운운하는 코미디 같은 권력 다툼은 비극적이다.

그들 앞에서 중도는 물론 합리적 보수조차 떠나는 당의 현실은 손쉽게 부정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2일 공개한 지지율 22%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였다. 그럼에도 일부 ARS 조사를 근거로 실제 지지율은 두 배인 40%대라 믿고 주장한다. 당 대표와 그를 둘러싼 몇몇 극단 지도부들이 허위의 성을 쌓고 철없는 소꿉장난이라도 하는 듯하다.

정당의 공공성이 사라진 ‘상실의 시대’다. 국민권익위원회의 2025년 부패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은 정당·입법 분야를 3년째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지목했다. 한국 정치를 양분한 두 정당이 ‘정치의 타락’을 가속한 데 따른 당연한 대가일 것이다.

그럼에도 터무니없다고만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 곤혹스럽다. ‘진영 정치’의 사나움과 ‘반사이익의 정치’라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 때문이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도 이 병증은 악화했다. 그럼에도 믿는 것은 시민들의 정치적 이성의 단단함이다.

시민들은 1년여 전 응원봉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제 그 민주정을 평안에 이르게 할 정치의 과제가 있다. 두 가지다. “전쟁 같은 정치의 종식”(이재명 대통령)에 이르고 있는가. 무능한 비민주적 정치인이 발붙일 수 없는 민주주의를 만들고 있는가.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당을 ‘국민과 국가의 정치적 도관’으로 매김했다. ‘도관’의 사전적 정의는 ‘물·수증기가 통하도록 만든 관’으로, 생명체에겐 생존 통로다. ‘정치적 도관’은 민주주의 작동에 민심 통로로서 정당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민심의 도관’은 실패하고 있다. 정당이 강성 지지층에 포획되면서 다원성이 실종된 탓이 크다. 야심가 정치인과 전투적 팬덤의 놀이터가 돼버린 정당에서 올바른 민심의 도관을 기대하긴 어렵다. 유튜브는 그 기형적 정당의 도관이 되었다. 당원은 팬덤과 달리 책임과 의무를 진다. ‘100만 당원’이 구호이던 시절에야 양적 확대가 갈증이겠지만, 잔뜩 부풀려진 ‘1000만 당원’의 역설적 시대엔 질적 강화가 절실하다. 1000만 당원은 정치적 도관 대신 책임 없는 팬덤의 욕망 배설구가 돼버린 정당의 초라함만 상징한다.

정당의 과점체제 해체 또한 절실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거대 정당 세력만 강화한다’며 국회 비례대표 의석 배분 기준인 ‘3% 득표’ 조항(공직선거법)을 위헌 결정한 건 의미심장하다. ‘다양한 정치적 이념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여러 정당들’을 민주주의 필수조건으로 본 헌재가 우리 정당제도의 헌법적 수호에 나선 것이리라 희망을 건다.

한국 민주주의는 시민이 배반당할수록 더 강한 힘을 낸 역사다. 독재 정권의 ‘유사 민주주의’ 어둠에 맞서 성장한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빛을 밝혀왔다. 지금 정당에 드리워진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시민 민주주의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

김광호 논설위원

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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