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창업시대”를 선언하며, 전통적인 방식의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고 이제는 고용 중심에서 창업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또 하나의 진부한 창업지원정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앞으로 전문직과 생산직을 막론하고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잡아먹는 ‘AI 기본사회’에 대한 적극적 대비책으로 읽혀야 한다. 창업이 그 위험성으로 인해 여전히 기피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전히 일자리 창출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AI 기본사회에 대한 구상이 발빠르게 준비되어야 한다. 이것은 기술 혁신과 노동시장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오늘날 시급히 요청되는 과제이다. 특히 AI 관련 산업 육성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이 AI 및 빅테크 기업군에 의해 희생되지 않고 보호될 수 있는 사회제도를 선제적이고 전격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노동시장 재편이 일어나는 것은 문명사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다수의 집단을 그대로 희생자로 남게 해서는 안 된다. 미래사회에도 청년세대가 그들의 삶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틈새 공간과 안정망이 필요하다.
이 일은 적어도 네 가지 요소를 동반한다.
첫째, 우리에게 필요한 필수 역량은 결코 AI를 활용하는 능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제프리 힌턴 교수가 경고한 것처럼 AI는 ‘순진한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지구상에 나타난 가장 영악한 ‘새로운 지배종’이다. 문제는 어떻게 AI에 휘둘리지 않는 새로운 차원의 인간 역량을 형성하고 교육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AI의 본질을 간파하고 통제할 수 있는 ‘AI 비판적 리터러시’는 그 출발점이다. 교육은 AI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사유 방식과 논리추론 능력, 그리고 집단지성을 형성해야 한다.
둘째, 사회제도 역시 AI가 진화하는 속도에 맞춰 함께 진화해야 한다. 테크놀로지를 손에 쥔 빅테크 기업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의 정치·사회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비한 정치·제도이며, 그 일은 빅테크 기업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몫이다. 그 첫번째 작업이 AI가 지워버릴 일자리를 대체할 ‘기본소득 사회’에 대한 청사진이다. 현재 인공지능기본법은 AI 산업 촉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것이 사회 전반에 미칠 구조적 영향에 대한 대비는 충분하지 않다. 생성형 AI가 회계사, 변호사, 프로그램 개발자 등 전문직 고용 축소를 가져오고, 휴머노이드 도입이 생산직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마당에도 일론 머스크는 “AI가 거의 모든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 오히려 기본고소득 시대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에게 맡겨놓을 수는 없다. 기본소득, 로봇세, 노동시장의 대규모 직업 전환 교육 등 사회적 안전장치가 동시에 준비되어야 한다.
셋째, 악화되는 고용 구조와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한 가지 방법은 AI를 활용하되 고용에 의존하지 않는 창업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창업 역량은 AI 테크놀로지와 플랫폼,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경제·사회적 세계를 구축하는 능력을 뜻한다. 창업이란 단순히 법인을 설립하고 직원을 고용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1인 기업 혹은 1인 콘텐츠 생산자처럼 특정 직업에 고용되는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일과 수입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모두가 사업가가 될 필요는 없다. 고용되더라도 여전히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대학은 이러한 능력을 길러줄 책무성을 자임해야 한다.
넷째, 이러한 전반적 변화는 교육과 학력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특히 명문대는 취업시장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이 공식은 끝났다. 미국에서는 아이비리그 졸업생조차 취업이 쉽지 않으며, 한국도 명문대 졸업장이 안정적인 노동시장 진입을 보장하지 못한다. 문제는 학생들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학력 사회가 저물어가고 있다. 대학은 여전히 중요한 배움터이지만, 졸업장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 못한다. 미래세대가 갖춰야 할 경쟁력은 주어진 노동시장에 편입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제적 세계를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요컨대, AI 테크놀로지 발전 속도에 비해 AI 기본사회를 준비하는 일은 지나치게 느리다. 빅테크들은 앞으로 3년 후를 특이점으로 본다. 그때까지 준비될 수 있을까?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