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1심 전원 무죄사건에 항소 포기는 드물어
이 대통령 연관 ‘대장동 사건’ 포기 이어 논란 예상
공범들 무죄, 대통령도 향후 무죄 가능성 커져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한수빈 기자
검찰이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무죄 판결을 수용해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민간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1심에서 전부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서 항소하지 않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사건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데다 두 사건 모두 이재명 대통령과 연관돼 있어 검찰의 항소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에 이어 위례 사건 또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때 검사들의 집단 반발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지면서 이번엔 검사들의 조직적인 반발은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위례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기한인 4일 저녁 “법리검토 결과 및 항소 인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은 문재인 정부 때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달 28일 무죄가 선고된 조현옥 전 대통령실 인사수석에 대해서도 “증거관계와 항소 인용 가능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박철우 중앙지검장은 이날 늦게까지도 수사·공판팀과 중앙지검 내부 협의,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대검 수뇌부와 의견 교환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뇌부는 최종 결정 전 이미 항소를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때를 교훈 삼아 절차적인 문제를 남기지 않는 데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위례 사건은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이었던 2013년 위례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내부 정보를 민간업자들에게 빼돌려 이들이 개발사업을 따내 재산상 이익을 얻도록 도왔다는 의혹이다. 민관 합동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이고 사건의 주요 인물이 겹쳐 ‘대장동 판박이’로 불렸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 수사 중 위례 사건으로 수사를 확장해 2022년 9월 유 전 본부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대통령도 2023년 별도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부패방지권익위법(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민간업자들이 사업 추진 당시 확보한 정보가 부패방지법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 ‘비밀’을 이용해 사업자 지위를 얻었을 뿐이며, 검찰 주장처럼 사업자 지위 취득이 ‘배당이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배당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별개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부장판사는 ‘사업자 선정’ 자체를 재산상 이익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보더라도 사업자 선정 시점이 2013년 12월이어서 공소시효(7년)가 이미 끝났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전처럼 기계적으로 항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검찰에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사건에서 유독 엄격한 항소 자제 원칙을 고수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무죄나 공소 기각이 나오면 보통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기소가 무리했다든지 수사가 과했다든지 이렇게 판단하는데, 특정한 사안의 경우는 무조건 검찰 편을 든다. 기소가 잘 된 건데 법원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비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받고 있던 대장동 사건 등 5개 형사재판은 대통령 당선 이후 모두 중지됐는데, 위례 사건 공범들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이 대통령도 추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해서도 “실익이 없다”며 항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 정 회계사,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에 대해 배임 등 혐의에 대해선 일부 유죄를 선고했지만, 위례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진수 법무부 차관을 통해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대행에게 ‘항소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했는데, 이를 두고 정부가 보완수사권을 미끼로 사실상 검찰의 항소 포기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검사들과 야권의 반발이 거셌고, 노 대행과 정진우 당시 중앙지검장이 사퇴하는 등 파장이 컸다.
검찰에선 이번 위례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사장은 “1심 법원이 ‘위례 사업은 이 대통령 성남시장 재선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까지 명시한 이상 (검찰 수뇌부가) 항소하기가 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장판사는 선고에서 “성남시가 2013년 5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을 최종적으로 포기한다는 언론 브리핑을 했음에도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통해 비밀리에 계속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지난 대장동 사건 때와 같은 검사 집단 반발은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항소 때마다 논란이 반복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도 “대장동 항소 포기 비판에 앞장선 검사들이 대대적으로 좌천되는 걸 보면서 대부분의 검사들이 무력감 속에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