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아이들 살해되는 현실 외면, 무책임”
미국 정치권도 “침공 계속되는 한 배제해야”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우승 트로피를 만져보고 있다. 옆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와 체육계가 러시아의 출전 금지 조치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강하게 규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3일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 해제 가능성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 제재는 아무 성과도 없이 오히려 좌절과 증오만 키웠다”며 “정치 지도자의 행위를 이유로 국가를 축구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의 소년·소녀들이 유럽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축구연맹(UEFA)과 FIFA의 공조로 클럽·국가대표를 막론하고 국제대회에서 배제됐다. 당시 폴란드, 스웨덴, 잉글랜드 등 다수 국가가 러시아와의 월드컵 플레이오프 출전을 거부하는 등 강한 반발이 있었고 FIFA 이사회 집행기구와 UEFA 집행위원회가 징계를 의결했다. FIFA는 같은 해 “축구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인도적 지원금 100만달러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인판티노 회장의 최근 발언으로 우크라이나 측 반발이 확산됐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러시아에 의해 숨진 679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다”며 “전쟁을 끝내지 않는 가해자에 대한 제재 해제를 거론하는 것은 1936년 올림픽을 떠올리게 하는 수치”라고 비판했다. 1936년 베를린 하계올림픽에서 나치 독일 정권이 체제 선전을 위해 올림픽을 이용했던 일을 빗댄 것이다.
마트비이 비드니 우크라이나 체육부 장관도 “아이들이 살해되는 현실과 축구를 분리하려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러시아의 국기와 상징은 공정과 정의를 존중하는 곳에 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축구협회(UAF)는 성명을 통해 “전쟁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의 복귀는 대회 안전과 무결성을 위협한다”며 현행 배제 방침 유지를 촉구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하원 ‘의회 축구 코커스’ 소속 도널드 베이컨 의원은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는 한 FIFA에서 배제돼야 한다”며 인판티노 회장 발언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FIFA와 UEFA는 2023년 러시아 17세 이하(U-17) 대표팀의 일부 국제대회 참가를 중립 조건(국기·국가·대표팀 유니폼 미사용)으로 허용했다가 이후 회원국 반발로 유럽 대회 복귀는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