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사망사고 계기…조사결과 정책 반영
2~5월 야간 배송·대리운전 기사등 700명 대상 심층면접도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와 고 오승용씨 유족이 지난해 11월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미라 기자
제주도가 심야 시간대 배송·운송 노동자 등의 노동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나선다. 지자체 차원에서 심야 배송 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도는 이달부터 5월까지 도 노동권익센터와 함께 ‘제주지역 심야 이동노동자 등의 노동환경 실태와 권익보호 방안 연구’ 조사를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이달 중 조사 업체를 선정하고 3~4월 설문조사, 5월 심층 인터뷰를 거쳐 5월 말 최종 보고서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10일 제주시에서 새벽 배송 업무 중 전신주와 충돌해 사망한 쿠팡 협력업체 소속 30대 택배 노동자 고 오승룡씨 사고가 계기가 됐다. 도 관계자는 “새벽 배송 노동자의 사망사고처럼 심야 단독 이동 노동이 중대한 사고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이번 조사를 통해 장시간 노동, 고정 야간근무, 단독 근무, 시간 압박 기반 플랫폼 노동구조가 노동자를 어떤 위험에 노출시키는지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사고 예방 대책 마련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그동안 심야 노동 연구는 주로 제조업이나 교대제 근무 등 사업장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반면 심야 이동 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제주는 대도시에 비해 야간시간 도로가 어둡고 기상 조건이 유동적이며 관광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지역적 특수성이 있지만 지금까지 지역 단위 심야 이동 노동 실태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었다.
도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심야 이동 노동의 정의와 유형을 정립한다. 또 근무시간(오후 10시~오전 6시 중 2시간 이상), 노동 형태(지속적 이동 필수), 근무 형태(단독 또는 준단독) 등을 기준으로 조사 대상을 선정한다.
주요 조사 대상은 새벽·야간배송 택배기사 300명, 퀵서비스·대리운전기사 300명, 화물 운전기사 50명, 택시기사 50명 등 총 700명이다. 호텔·병원·경비업 등 3교대 근무 형태의 심야 노동자도 일부 포함해 구조적 특징을 비교 분석할 예정이다.
심층 인터뷰에서는 심야 근무 중 위험한 순간, 단독 근무 때 사고 발생 대응과 인식,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집중 파악한다. 특히 배달 플랫폼·업체의 구조적 문제와 시간 압박, 위험 전가 방식도 중점적으로 분석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는 심야 노동자의 건강권 및 노동권 보호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도 관계자는 “심야 이동 노동자 실태조사는 제주에서도 처음이지만 전국에서도 첫 사례”라면서 “심층 면접을 통해 실제 노동자가 직접 겪는 위험과 요구사항을 상세히 듣고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