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간(왼쪽)과 비교해 간세포의 섬유화가 진행된 간은 딱딱하게 굳어져 탄성도 검사 수치가 높게 나온다. 미국간재단 홈페이지
간암 항암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간부전·출혈 위험을 사전에 간 탄성도 검사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세포가 장기간 손상돼 딱딱하게 굳으면 탄성도가 높게 나타나며 간암 치료 과정에서 간 기능 악화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재준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한지원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간암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 ‘간암(Liver Cancer)’에 발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국내 7개 대학병원의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396명을 대상으로 전신 항암치료를 받기 전 시행한 간 탄성도 검사 결과를 치료 후 변화와 관련지어 분석했다.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등의 치료제를 활용하는 면역항암 기반 치료는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켜 1차 표준 치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겐 치료 도중 복수, 간성 뇌병증, 정맥류 출혈 등 간 기능이 악화되면서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고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기존에는 이런 간부전 위험을 치료 전부터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부족했다. 이에 연구진은 간세포의 섬유화 정도를 측정하는 탄성도 검사를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탄성도 25㎪를 기준으로 환자를 분류해 경과를 분석했다. 탄성도 수치가 높을수록 간이 딱딱해져 있고 손상이 심해 간부전 위험은 높은 상태임을 의미했다.
분석 결과, 간 탄성도 25㎪ 이상인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전신 항암치료 후 간부전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았고, 정맥류 출혈 위험 또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를 받은 환자 중 간 탄성도가 높은 경우 치료 효과와 관계없이 간부전과 출혈 위험은 현저히 증가했다. 이에 반해 간 탄성도가 낮은 환자군에서는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가 생존율을 향상시키면서도 간부전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연구진은 간 탄성도에 추가해 간 기능 상태를 나타내는 ‘차일드 퓨 점수’, 종양의 개수 등을 종합해 간부전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위험 점수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치료 시작 후 12개월 이내 간부전이 발생할 위험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이재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암 전신치료에서 종양 반응뿐 아니라 간 자체의 예후가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치료 전 간 탄성도 검사만으로도 고위험 환자를 선별할 수 있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료 선택과 위험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