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는 ‘골목의 로빈들’ 활동가들 모습. 골목의 로빈들 인스타그램 게시물 갈무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로빈후드 차림의 활동가들이 마트에서 음식을 훔쳐 무료로 나눠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물가와 부당한 사회 체제에 항의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골목의 로빈들’이라는 단체의 활동가 약 60명은 전날 밤 몬트리올의 한 유기농·건강식품 매장에 들어가 수천달러 상당의 식료품을 계산하지 않고 가져간 뒤 취약 계층을 위한 도시 곳곳의 ‘공동 냉장고’에 나눠줬다. 캐나다에서 운영되는 공동 냉장고는 누구나 음식을 넣을 수 있고, 필요한 사람 누구나 음식을 가져갈 수 있게 운영된다.
활동가들은 영국 민담에 등장하는 로빈후드 스타일의 깃털 모자를 쓴 채 이같은 활동을 벌였다. 민담에서 로빈후드는 60여명의 호걸들과 불의한 권력에 맞서며, 부자들을 약탈해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의적으로 묘사된다. 이 단체는 이번 행동을 가파른 식품 물가 상승에 항의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매일 쉴 새 없이 일하지만 그 결과는 고작 이윤만 좇는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사는 데 그칠 뿐”이라며 “직업을 두 개나 갖고도 먹고 살기 힘들고, 집을 마련하거나 가족을 돌보는 일조차 버거운 상황이라면 그땐 어느 수단이든 정당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부패한 시스템에 저항하기로 했고, 우리처럼 지친 이들에게 같은 행동을 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했다.
SNS를 통해 공개된 당시 영상에선 활동가들이 마스크를 쓴 채 식료품, 의약품, 생필품을 쓸어 담는 모습이 담겼다. 매장 안팎의 보안 카메라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매장 외벽에 ‘이윤 따위 꺼져라’ 같은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1938년 영화 <로빈후드의 모험> 오프닝 크레딧과 현장 영상을 교차 편집해 올렸다.
캐나다에서 생활비 문제는 최근 주요 화두로 꼽힌다고 CNN은 전했다. 캐나다 방송 CBS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식료품 물가는 4.7%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몬트리올에선 지난해 12월에도 산타클로스와 엘프 복장을 한 이들이 식료품점을 급습해 음식을 훔친 뒤 일부를 인근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두고 간 일도 있었다. 골목의 로빈들 단체는 이 사건도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몬트리올 경찰은 이번 절도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장 피에르 브라방 몬트리올 경찰 대변인은 “이번 사건으로 다친 사람은 없으며 현재까지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도난당한 금액이나 물품의 액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수천 달러” 정도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