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비상시국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범시민사회 탈핵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6.2.5 성동훈 기자
지난달 26일 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강행하기로 결정하자 시민단체들은 ‘탈핵비상시국’을 선언하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를 비롯한 전국 154개 시민단체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는 발전원 선택에 대한 단순한 에너지 정책 논쟁의 범위를 넘어, 시민의 생명과 존엄, 미래를 걸고 벌어지는 정치적·사회적 위기”라며 비상시국을 선언했다.
단체들은 “정부는 ‘탈탄소’ ‘전력수요 증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 언어를 앞세워 핵발전 필요성을 맹목적으로 강조하지만 핵발전 사고의 위험, 방사성 폐기물 문제, 지역에 미치는 장기적 피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송배전망 충돌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전력 수요 관리 실패와 산업 정책의 무능을 뒤로 한 채 가장 위험하고 비민주적인 방식인 핵발전으로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단체들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즉각 해임,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전면 중단,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분산형 전원 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이재명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 등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원전 중심 정책이 지역을 희생시키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홍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원전은 과학이라는 말 뒤에 숨는 순간, 에너지 정책의 정치적 책임은 사라지고 지역의 희생만 남는다”며 “핵발전은 결국 특정 지역의 삶을 담보로 유지되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말했다. 노진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규 핵발전소 부지 공모와 선정을 서두르며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훼손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발전 정서를 이용해 핵발전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신규 원전 부지 선정과 건설 과정에서 지역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수희 밀양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은 “발전소 건설이 추진될 때마다 결국 뒤따르는 것은 또 다른 송전탑 갈등”이라며 “국가의 결정 하나가 수십 년간 지역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무너뜨려 왔다”고 발언했다.
단체들은 향후 비상행동 체제에 돌입해 신규 원전 유치를 추진하는 부산 기장·울산 울주·경북 경주 등의 청사를 항의 방문하고 신규 원전 부지 공모 및 유치 절차를 중단시키는 한편,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한 제12차 전기본의 문제점에 대한 공론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