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5일 “독과점 상황을 악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현장의 문제는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시정하길 바란다”며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물가 문제를 관리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보는 것도 검토하라”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가격조정 명령제도(가격 재결정명령)라는 것도 있다는데 그것도 잘 활용하든지 해야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기업의 가격 남용 행위 등에 대해 시정 명령을 할 수 있지만 1981년 설립 후 이를 집행한 사례는 없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의 최저치인 2%가 됐다고 한다”며 “그러나 쌀값을 포함한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도 좋아지고 주가도 오르고 이런 경제 지표들이 좋아지기는 하는데 실생활과 밀접한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정하면 국민의 삶의 개선은 체감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검찰의 밀가루·설탕 담합 수사 결과를 언급하며 “국제 밀값이 몇십 퍼센트 폭락해도 오히려 국내 밀가룻값은 올랐다는 자료도 있다”며 “그게 왜 그러겠나. 담합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시스템을 이용해 국가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혼자 잘살면 좋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과일도, 농수산물도 유통 구조가 이상하고, 축산물도 솟값은 폭락하는데 고깃값은 안 떨어진다. 다 국가 시스템의 문제”라며 물가 관리 TF 설치와 가격조정 명령제도의 활용을 지시했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가 있을 경우 공정위가 가격의 인하, 해당 행위의 중지 등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명시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9월30일 국무회의에서도 추석 연휴 전 물가 대책을 논의하며 가격조정 명령제도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제도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으나, 1981년 공정위 설립 이후 가격조정 명령을 집행한 적은 없다.
이 대통령은 “이때까지 담합해서 가격을 올렸으면 가격을 내려야지. 그런데 내렸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잠깐 사과하고, 할인 행사하고, 모른 척 또 넘어가고 이러던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게 끝까지 철저히 관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망국적인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도 수도권 일극 체제 타파에 달려있다”며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재정, 세제, 금융, 조달 등 국가 행정 전반에 걸쳐서 지방 우대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국가 조달 분야에서는 지방 우선이나 가산 제도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수도권에서 생산된 물품과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물품의 효용 가치나 효율이 똑같다면 당연히 지방 것을 먼저 쓴다든지 또는 입찰에서 지방에 가점을 준다든지 하는 제도도 준비해서 시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공공기관이 새로 지방에 이전할 경우 구내식당을 만들지 않고 직원들에게 밥값을 지원해 지역 상권에서 식사하게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공공기관을) 옮기는 거니까 돈이 조금 들더라도 점심값을 지원해주고 밖에서 먹도록 하는 거를 한 번 연구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문자 전송자격 인증제 시행 등의 내용을 담은 불법 스팸 방지 대책과 전세 사기 방지를 위해 계약 전 임차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참모들로부터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또 소비자 집단 피해구제 소송 제도 개선 방안과 아침·야간 돌봄서비스 확대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과제들을 차질없이 준비하는 한편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필요할 경우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을 통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고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