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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를 보며

입력 2026.02.05 19:57

수정 2026.02.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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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새해 모임을 빙자해 ‘쓰레기’ 활동가들이 만났다. 누군가 얼마 전 인기리에 종방된 <흑백요리사>라는 요리 대결 방송 이야기를 꺼냈는데, 우리에게는 역시 ‘쓰레기’만 보였다.

“고기를 랩으로 싸더니 뜨거운 물에 퐁당 넣더라. 세상에나. 우리 때는 육수를 플라스틱 바가지로 푸기만 해도 난리 났었어. 플라스틱에 뜨거운 음식 닿으면 환경호르몬 나온다고.”

“그건 환경호르몬도 있는데, 공산품을 식품에 사용해서 문제가 된 거야. 뭐 그렇다 해도 플라스틱 용기나 랩을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말라, 그게 상식이었지.”

“난 첨 봤는데 그게 수비드라며? 고기를 비닐에 싸서 오래 가열하면 맛이 좋고 모양이 완벽하다나? 요샌 수비드 기계도 팔아.”

“경연이라서 때깔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너무 자연스러워 보여서 사람들이 따라 할 거 같아.”

“환경호르몬이 특히 지방에 잘 녹는데. 고기에 또 지방이 많아요.”

“근데 환경호르몬만 문제겠냐? 배달음식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체내 미세 플라스틱 검출량이 4배나 많다잖아. 플라스틱에 열 가하면 미세 플라스틱 더 나오겠지.”

“나도 랩이랑 일회용 장갑 습관적으로 쓰는 모습 좀 불편했어. 방송 보며 배덕감을 느끼다니, 이거 직업병인가?”

“나는 편의점 미션이 제일 재밌었는데, 포장된 재료들 뜯을 때마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거야. 세트장이 ‘쓰레기 산’ 된 줄.”

“편의점 음식으로 굳이 또 다른 음식을 만들어야 해? 안 팔리는 못난이 농산물이나 자투리 요리 대결이나 고기 없이 고기 맛 내는 미션도 좋을 텐데.”

“지난 시즌 <흑백요리사>에 나온 에드워드 리는 미국에 제로 웨이스트 식당 차렸대. 식재료부터 쓰레기 안 나오게 노력하는 식당을 운영한다고.”

“난 음식 쓰레기도 걱정되던데. 평가단이 100인분 음식을 조금씩 맛보잖아. 그럼 나머지 음식은? 푸드뱅크에 보내거나 시식만 하면 안 돼? 나 시식하고 싶은데.”(일동 끄덕)

“그래도 선재 스님 나와서 좋더라. 선재 스님 장면에서는 고기 안 나오잖아. 보통 고기 손질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나오고 잘 먹지도 않는 토끼 고기까지 나오고.”

“살아 있는 랍스터 뜨거운 물에 넣는 것도. 영국에선 랍스터 뜨거운 물에 산 채로 넣는 거 금지라며. 랍스터나 낙지가 고통을 극심하게 느낀대.”

“넷플릭스 다국적 기업인데 방송 가이드 없나? 한국 사람만 보는 것도 아닌데.”

“예전에 드라마에서 말 타는 장면 찍은 후에 말이 죽었잖아. 그때 방송 동물복지 가이드 같은 거 생겼대. 근데 요리 프로그램에는 그런 건 없고 혀만 있나봐.”

이런 푸념은 우리끼리만 한다길래,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어 대화를 옮겨 적는다. 실토하자면 나는 <흑백요리사>를 보지 않았다. 그러니 이 글은 술자리에서 수다를 떨던 활동가들이 쓴 거나 마찬가지다. 원고료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약속한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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