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특위 구성을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야가 지난 4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한·미 관세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주장해온 국민의힘이 특별법 처리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늦었지만, 국민의힘이 특별법 처리에 동의하고 정쟁의 빗장을 푼 것은 다행이다. 특위는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방어막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해 11월14일 체결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의 핵심은 한국의 3500억달러 투자와 미국의 관세 15% 인하를 맞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빌미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안 통과가 시급한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말엔 미국발 ‘관세폭탄’ 앞에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인식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국익을 우선한 올바른 판단이다.
특위는 오는 9일 본회의 의결 후 한 달간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시한을 정해 특위에 입법권을 부여한 것은 시의적절하지만, 그 속에서 법안의 정교함과 내실도 기해야 한다. 대미투자특별법의 핵심인 ‘한·미 전략투자공사’가 특정 기업의 특혜 통로가 되거나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휘둘리지 않도록 강력한 감시 체계를 명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 상시 감독권과 투자처 선정의 객관적 기준을 명문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세제·인프라 지원 대책도 찾고, 자본 유출이 불러올 외환 시장 불안정성과 물가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도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
관세 협상과 맞물린 대미투자특별법은 경제·안보 주권과 직결된 초대형 현안이다. 국회는 ‘상업적 합리성’을 잣대로 삼은 대미 투자가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엄혹한 통상 환경 속에서 국회 특위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협치의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
정부도 국회 특위에서 관세 협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별법 제정이 초당적·국민적 합의 속에 이뤄지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관세 협상 파장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다양한 통상 전략을 세우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나아가 한 달간 국회 특위가 작동되는 와중에 미국의 관세 재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대미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