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게임 게리
스티븐슨 지음 | 강인선 옮김
사이드웨이 | 536쪽 | 2만5000원
위기의 순간을 서두에서 대뜸 보여주는 책은 흥미진진한 요즘의 넷플릭스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진땀을 흘린다. 과거 대형 은행 트레이더였던 누군가가 ‘감히’ 직장을 먼저 관두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다. 은행은 쉽게 그를 놓아주지 않았단다. 거래명세 등을 모조리 조사했고 트집을 잡아 소송을 걸었다. 그 트레이더는 끝내 파산했다.
‘나’인 저자가 불안해한 건, 그 역시 씨티은행 영국 지부의 트레이더이며 ‘감히’ 안전한 퇴사를 꿈꿨기 때문이다. 실제로 훗날 씨티은행은 그를 집요하게 잡았다. 하지만 저자는 은행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책은 2008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영국 금융계에 입성한 저자가 6년 만에 그곳에서 무사히 나온 얘기를 풀어 쓴 회고록이다.
‘백만장자를 꿈꾸는 춥고 배고픈 아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서문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식의 성공담을 기대하게 되지만, 저자는 런던 빈민가 출신일 뿐 탁월한 수학 천재다. 그는 능력을 숨길 생각 없이 으스댄다.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등장하는 은행 상사들은 더 사회성이 떨어진다.
시트콤 같은 기행을 벌이는 이들이 금융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니, 아연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저자는 그 꼭대기에서 받은 위화감을 얘기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가 휘청이는 동안 대형 은행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외환 트레이더들은 책임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환차익으로 큰돈을 벌었다.
저자도 한패였다. ‘세상이 망하는 쪽’으로 베팅할 때마다 돈을 벌었다. 그러나 지진이나 원전 사고 등 참사의 영향으로 부유해진다는 찜찜함은 환멸로 이어진다. “돈에 미친 세상”의 유해함을 생각하게 하는 퇴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