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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브레이크넥'이라는 제목은 '목이 부러질 만큼 위험한 속도', 파국을 예감하는 질주를 뜻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1992년생인 저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해온 기술·산업 분석가로, 중국의 제조 현장과 기술 생태계를 관찰해왔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쌓은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두 나라의 발전 경로를 비교하고, 양국이 직면한 도전과 위협으로 시야를 확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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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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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의 미국, 공학자의 중국…최후 승자는?

입력 2026.02.05 20:53

수정 2026.02.0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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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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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넥

댄 왕 지음·우진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 424쪽 | 2만2000원

<브레이크넥>은 변호사의 나라 미국,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이라는 독창적 프레임으로 두 초강대국의 작동 방식과 미래 설계를 조망하는 책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분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제조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두 나라를 바라보도록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레이크넥>은 변호사의 나라 미국,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이라는 독창적 프레임으로 두 초강대국의 작동 방식과 미래 설계를 조망하는 책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분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제조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두 나라를 바라보도록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법률가가 이끄는 나라 VS 공학자가 만드는 나라’

<브레이크넥>에서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의 작동 방식이다. 그동안 미·중관계를 설명해온 학술적 논의의 틀은 패권 경쟁, 체제 경쟁, 기술 패권, 공급망과 디커플링 등으로 비슷했다. 미국의 패권에 중국이 도전한다는 구도 속에서 군사력과 동맹, 이념과 제도 등 거시적 구조 차원에서 논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책의 질문은 시작부터 다르다. ‘왜 중국은 이렇게 빨리 만들 수 있었고, 미국은 점점 만들지 못하게 되었는가.’

‘브레이크넥(breakneck)’이라는 제목은 ‘목이 부러질 만큼 위험한 속도’, 파국을 예감하는 질주를 뜻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고속 성장과 대규모 인프라 건설 등 압도적인 속도를 가리키는 동시에 그러한 방식이 개인의 삶과 사회에 남긴 균열까지 비춘다. 1992년생인 저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해온 기술·산업 분석가로, 중국의 제조 현장과 기술 생태계를 관찰해왔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쌓은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두 나라의 발전 경로를 비교하고, 양국이 직면한 도전과 위협으로 시야를 확장해간다. 전문 연구서는 아니지만 현장 관찰에 기반한 논픽션 스타일의 분석이 오히려 전문가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일반 독자에게는 읽기 쉬운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책이다.

두 나라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다양한 풍경으로 독자를 이끈다.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경제의 상징이지만, 노숙인 문제와 잦은 정전 논란 등 도시 인프라의 취약성도 함께 드러낸다. 반면 1980년대만 해도 소규모 제조업 도시였던 선전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생산기지이자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탈바꿈했다.

양국 지배층 차이로 상징적 대조
혁신·모방의 이분법 넘어선 분석

공학자 기용해 고속 성장 이끈 중
사법 절차에 얽매여 활력 잃은 미
제조 역량 잃은 서구 국가에 경종

저자는 두 나라의 차이를 지배층을 통해 상징적으로 대조한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시대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공학자·기술자 출신을 정부 최고위층으로 끌어들였는데, 2002년에는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 전원이 공대 출신이었다. 후진타오와 시진핑 주석 모두 칭화대 공대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인데, 미국으로 치면 보잉 최고경영자(CEO)나 록히드마틴 사장이 장관이나 주지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중국의 ‘공학자’들은 도로나 교량, 댐, 발전소, 그리고 신도시 건설 같은 대규모 공공사업에 국가적 역량을 쏟았다.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중국은 미국의 2배에 달하는 고속도로, 일본의 20배에 달하는 고속철도,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을 모두 합친 규모와 맞먹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를 건설하게 됐다.

반대로 미국은 ‘법률가’의 정부이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 공학을 전공했거나 관련 실무 경험이 있는 대통령은 단 두 명이다. 1984~2020년 민주당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는 예외 없이 법학을 전공했다. 하원의원 최소 절반이 법학 관련 학위를 소지했고, 순수 과학이나 공학 전공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렇게 법률가들이 정치·사회 곳곳에 포진한 미국에선 길고 지루한 심의와 토론, 규제와 소송 등 ‘사법적 절차’가 최우선 가치가 되어버렸다. 과거의 미국 역시 금문교, 후버댐 등 거대한 구조물과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공학자 중심 국가였다. 하지만 1960년대 이르러 환경 파괴 등 경제 성장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소송이나 규제 문제로 우선순위가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제조업 역량도 차차 무너졌다는 것이다.

흔히 중국을 두고 모방하는 것뿐이라고 폄훼하지만, 저자는 중국의 기술 역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미국의 혁신은 대학이나 연구실에서 과학자들에 의한 최초의 태양광 전지 같은 발명의 순간을 기념한다면, 중국의 혁신은 신제품이 ‘대량생산’되는 현장에서 시작된다. 현재 중국의 제조업 종사자는 1억명이 넘으며, 미국(약 1300만명)의 8배에 이르는 규모다. 수많은 종사자가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하며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는 ‘절차적 지식’이 무섭게 축적되고 있다는 점이 중국의 기술 역량이라고 짚는다.

반면 미국은 플랫폼이나 금융업으로 초점이 옮겨갔다. 반도체의 경우도 설계에만 집중했고, 제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며 인력과 지식을 보존하지 못하게 됐다. 미국 국가핵안보국이 핵폭탄 제조에 꼭 필요한 ‘포그뱅크’라는 부품의 제조법을 잃어버려 6900만달러를 써야 했다는 당혹스러운 사례가 미국 현실을 드러낸다. 이처럼 소프트웨어와 가상자산, 인공지능(AI) 등 가상의 대상에만 몰두하다 현실 세계 제조 역량을 잃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 저자는 ‘컴퓨터 연산 능력만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경종을 울린다.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닌 ‘누가 더 잘 만드느냐’, 제조업과 하드웨어 역량이 국가의 핵심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읽힌다.

하지만 중국의 한계 역시 공학 중심 국가에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35년 동안 3억2100만건에 달하는 임신중절이 이뤄진 ‘한 자녀 정책’, 초강력 통제 조치가 이뤄진 ‘제로 코로나 정책’ 등 숫자와 효율의 논리에 매몰된 공학적 사고의 폐해를 날카롭게 짚는다.

저자의 제언은 두 나라가 서로의 장점을 배우라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장점인 다원주의와 개인의 권리 보호를 받아들여야 하고, 절차에 매몰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물리적 역동성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미국은 ‘혁신’, 중국은 ‘모방’이라는 낡은 이분법에 매몰되어 있거나 친미와 반중의 정치적 구호로 납작하게 두 나라를 바라보고 있는 한국에도 현재적 메시지를 던진다. 중국을 과소평가하지도 미국을 신화화하지도 않으며, 오늘의 한국이 무엇을 배워야 하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까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책과 삶]법률가의 미국, 공학자의 중국…최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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