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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인생이 고난에 처하거나 황혼기에 들어서면 홀연히 과거가 그리워진다.

그때 함께 따라오곤 하는 것이 추억의 음식들이다.

<허균의 맛>은 <도문대작>에 수록된 먹거리들을 뽑아 저자 김풍기식으로 음미한 조선 식문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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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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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배곯았던 '명문가 미식 선비'···허균, 고통 속에서 써내려간 그리운 맛

입력 2026.02.05 20:53

수정 2026.02.0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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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맛

김풍기 지음

글항아리 | 480쪽 | 2만5000원

[책과 삶]유배지에서 배곯았던 '명문가 미식 선비'···허균, 고통 속에서 써내려간 그리운 맛

인생이 고난에 처하거나 황혼기에 들어서면 홀연히 과거가 그리워진다. 그때 함께 따라오곤 하는 것이 추억의 음식들이다. 그 음식들에는 십중팔구 그리운 사람, 장소, 일화 등이 배어 있다.

모함일 가능성이 다분한 죄를 뒤집어쓰고 유배당한 <홍길동전>의 허균도 그랬을 것이다. 막 귀양살이를 시작한 마흔한 살의 허균에게 허기가 밀려오듯 추억의 먹거리들이 떠올랐다. 방풍죽, 석이버섯떡, 대만두, 참외, 모과, 홍합, 방어, 석화, 곤쟁이새우… 그는 유배 시절을 “쌀겨마저도 부족하여 밥상에 오르는 것은 상한 생선이나 감자·들미나리 등이었고 그것도 끼니마다 먹지 못하여 굶주린 배로 밤을 지새울 때”라고 했다. 명문가 출신으로 진귀한 것을 많이 먹고 자란 미식가 허균은 먹거리 100여가지를 테마로 <도문대작>이라는 음식 노트를 썼다.

사실 <도문대작>은 형식상 짤막한 정보나 단편적인 기억을 적어 놓은 일종의 메모이다.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젊은 시절 허균의 문집을 수시로 들여다봤지만 <도문대작>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문학적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도문대작>의 참맛을 발견했다.

<허균의 맛>은 <도문대작>에 수록된 먹거리들을 뽑아 저자 김풍기식으로 음미한 조선 식문화 이야기다.

저자는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허균이 경험한 음식문화와 내가 경험한 음식문화를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 문화 코드를 읽고 싶었다”고 했다. 허균과 저자의 고향은 똑같이 강릉이다.

<도문대작>은 내용상 지역 특산물에 관한 품평서에 가깝다. 가령 연어는 “동해에서 많이 나는데, 알로 만든 젓갈이 보기가 좋다”라는 설명뿐이다. 저자는 여러 고전 텍스트를 바탕으로 더 풍성한 음식 이야기로 요리했다. 역사적 인물·스토리를 잘 버무리고, 거기에 저자의 음식 체험담을 한 술 얹었다. 가령 ‘청어’ 편은 청어를 제재로 한 시를 읊은 추사 김정희를 불러내고, 종로 피맛골에서 청어구이를 맛보던 열혈 문학도 김풍기를 불러낸다. 이쯤 되면 독자는 “청어는 선비의 물고기”라는 대목을 무심코 지나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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