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 이한음 옮김
흐름출판 | 392쪽 | 2만2000원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 기독교의 ‘일곱 가지 대죄’다. 저자는 이 죄악들이 “도덕적 문제라기보다는 생물학적 문제에 더 가깝다”고 주장한다.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는 임상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를 설득한다.
인간의 뇌 영역은 대형 유인원보다 3배 크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는 뇌 크기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뇌 영역이 어떻게 조직돼 있는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던 젊은이 게이지는 폭발 사고로 뇌 손상을 입었다. 예의 바르고 사려 깊은 성격이던 그는 사고 이후 화를 잘 내고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저자는 게이지와 비슷한 뇌 손상을 입은 이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마엽 손상이 분노를 불러왔다고 판단한다.
이마엽은 눈 바로 위쪽부터 뇌 중심점까지 뻗어 있는 영역으로, 충동성과 분노를 비롯한 본능들을 조절하고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교만’은 어떨까. 뇌종양에 걸린 크리스는 치료 기간 동안 우월감이 고조됐고, 자신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끊은 뒤로는 상태가 개선됐다. 치료 과정에서 투여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가 뇌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이같이 다양한 실제 사례로 일곱 가지 대죄를 파헤친다. 누군가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누군가는 유전질환을 겪어 식욕 조절을 못하고 쉽게 비만이 된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볼 뿐, 이 죄악들에 면죄부를 주진 않는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기에 뇌 손상이나 유전적 취약성만으로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어서다. 저자는 “중요한 점은 우리 행동이 어느 정도는 자유의지의 산물, 즉 어느 길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