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여자
라비 알라메딘 지음 | 이다희 옮김
뮤진트리 | 436쪽 | 2만원
“엠마누엘 레비나스는 신이 1941년에 떠났다고 했다. 내 신은 1975년에 떠났다. 그리고 1978년에도 1982년에도, 1990년에도 떠났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사는 70대 여성 알리야는 신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가족과 세상에서 이렇게 밀려날 수 없다고 말한다. 세상이 자신을 ‘불필요한 여자’로 여긴다는 생각에 고립을 택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지식과 사유는 놓지 않는다. 일리야는 20대 초반 이혼한 뒤 50여년간 혼자 살며 약 37권의 책을 아랍어로 번역했다.
전쟁의 포화가 베이루트를 덮은 순간에도 그는 책과 함께였다. 늘 번역을 했지만, 딱히 목적이나 쓸모는 없었다. 주변인들과 담을 쌓고 지낸 그에게 책은 가장 친한 친구였고, 번역은 노년의 외로움을 이겨낼 유일한 창구였다. 자신의 집이 다른 이는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성이 됐다고 느낀 순간, 그의 집에 연을 끊었던 가족과 이웃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불필요한 여자>는 중동에 사는 여성의 노화, 사랑, 전쟁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은 연극의 독백 같은 의식의 흐름으로 전개되며, 기억에 기억이 꼬리를 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서술이 구체적이다보니, 독자들은 레바논이라는 국가, 중동 지역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다만 독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보는 이에 따라 다소 두서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저자 라비 알라메딘은 레바논계 미국 작가로, 레바논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쿠웨이트와 레바논에서 성장했다. 그는 2025년 발표한 소설 <잘 속는 라자(와 그의 어머니)의 진실된 진실 이야기>로 같은 해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2014년 미국에서 처음 발간된 <불필요한 여자>는 그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