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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샤오' 성씨를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기도 한 이곳에 마을처럼 늙어버린 세 자매가 산다.

<셔터우의 세 자매>는 대만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 천쓰홍이 자신의 고향인 장화현의 시골 마을 용징, 위안린, 셔터우를 배경으로 해 집필한 '장화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작가는 앞서 <위층의 좋은 사람>으로 위안린을 <귀신들의 땅>으로 용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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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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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초능력이 누군가를 구원할 수 없다면

입력 2026.02.05 20:59

수정 2026.02.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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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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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우의 세 자매

천쓰홍 지음 | 김태성 옮김

민음사 | 464쪽 | 1만9000원

<셔터우의 세 자매>는 대만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 천쓰홍이 자신의 고향 장화현의 시골 마을 용징, 위안린, 셔터우를 배경으로 집필한 ‘장화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옛것과 새것이 불안하게 교차하는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세 자매의 이야기가 기이하고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민음사 제공

<셔터우의 세 자매>는 대만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 천쓰홍이 자신의 고향 장화현의 시골 마을 용징, 위안린, 셔터우를 배경으로 집필한 ‘장화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옛것과 새것이 불안하게 교차하는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세 자매의 이야기가 기이하고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민음사 제공

천쓰홍의 ‘장화현 삼부작’ 마지막
현대와 전근대가 교차하는 시골
‘초능력 세 자매’의 인생 소용돌이

대만 중서부에 위치한 장화현의 바닷가 마을 셔터우. 열대 과일인 구아버 농장과 양말 공장이 많아 ‘사장’이 많다고 유명했던 곳이었으나, 양말 수출이 시들해지며 공장이 대거 문을 닫고 마을도 점차 활기를 잃는다. ‘샤오’ 성씨를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기도 한 이곳에 마을처럼 늙어버린 세 자매가 산다.

1호, 2호, 3호로 불리는 이들은 각기 다른 영험한 능력을 가졌다. 1호는 타인의 미래를 점치고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예견할 수 있다. 2호는 인간의 몸 깊숙한 곳에서 풍기는 냄새를 통해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알아챈다. 3호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문제는 이 같은 능력을 통해 누군가를 살리거나 도울 수 없다는 데 있다. 1호는 누군가의 죽음을 예감하지만, 스스로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외칠 뿐이다. “염병할, 누군가가 죽을 거야. 안 들려? 누군가 죽을 거라고. 네가 아닐 거라곤 장담 못해. 샤오씨 여자야.”

<셔터우의 세 자매>는 대만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 천쓰홍이 자신의 고향인 장화현의 시골 마을 용징, 위안린, 셔터우를 배경으로 해 집필한 ‘장화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작가는 앞서 <위층의 좋은 사람>으로 위안린을 <귀신들의 땅>으로 용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써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귀신들의 땅>은 2020년 대만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2023년 국내에도 번역 출간돼 인기를 모았다. 작가는 장화현을 지나는 열차가 위안린역에서 용징역 그리고 셔터우역으로 이어지는 데서 삼부작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천쓰홍의 작품에서 시골은 대만 특유의 토속적인 문화와 신앙을 간직한 특별한 공간이지만,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지 못하고 차별과 억압을 세습하는 불완전한 곳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세 자매의 할아버지는 대만에서 무당과도 같은 존재인 ‘계동’이었다. 영력을 지니지 않았던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전통을 물려받아 계동으로 활약했으나, 오히려 특유의 영력을 지닌 세 자매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계동의 전통을 이어받지 못한다.

옛것과 새것이 불안하게 교차하는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세 자매의 이야기가 기이하고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신탁 아래서, 바람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못 들은 척했다. 소리 내지 마. 듣고 싶지 않단 말이야. 신탁 아래로 기어들어 가고 싶지 않다고, 지금은 지옥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이 와중에 미국의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마을의 향장이었던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와 향장 자리를 물려받은 샤오다웨이는 마을을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는 셔터우에서 진행하는 온갖 행사를 모아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슈퍼 토요일’을 구상하며 향장을 넘어 장화현 현장으로의 더 큰 꿈을 꾼다. 다만 샤오다웨이의 번드르르한 말들을 시골 사람들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 같은 샤오씨지만 마을 사람들은 향장인 샤오다웨이를 자신들과 구분해 ‘고급 샤오씨’라 부른다. 집성촌이라는 전통도 시대의 변화와 자본의 역습 앞에 와해돼 있을 뿐이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만 ‘동지(同志) 문학’의 주요 작가답게 천쓰홍은 이번 책에서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번에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에 집중했다. 소설 속에서 가장 진보적인 인물들조차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드러낸다. 대만은 2019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지만,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가 과거에 비해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소설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화요일에 시작해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에 끝난다. 마침내 소설의 마지막 ‘슈퍼 토요일’ 당일 세 자매가 한자리에 모인다. 인생의 소용돌이를 돌아 만난 자매들이 함께 겪어낸 고통과 회환 등이 휘몰아친다.

작가는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시골은 거칠고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죄다 외지로 빠져나가고 풍경도 거의 변한 게 없다’며 ‘무료한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이렇게 생각했다. “잘된 일이다. 나의 관심과 시선을 끄는 건 가장 평범한 사람들과 가장 평범하고 담담한 땅의 모습이다.”

[책과 삶]당신의 초능력이 누군가를 구원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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