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장소·의제 등 변경 요구
양측 6일 오만서 고위급 회담
미국 “매우 회의적” 성과 미지수
한 차례 ‘결렬 위기’를 맞았던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회담이 6일(현지시간) 오만에서 열린다. 회담을 앞두고 이란이 갑작스레 장소와 의제 변경을 요구하면서 한때 좌초될 뻔했지만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4일 엑스에 “미국과의 핵 협상이 금요일(6일) 오전 10시경 무스카트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이를 확인했다. 이로써 미국과 이란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미국과 이란의 회담은 한때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애초 회담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다른 중동 국가들이 참관국으로 참여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란 측은 3일 회담 장소를 오만으로 옮기고, 이란과 미국 대표만 참여하는 양자 회담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또 협상 의제를 이란 핵 프로그램으로 좁히고 탄도미사일 제한과 지역 대리 세력 지원 중단은 의제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이 이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회담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결렬 보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매우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양측이 조율을 거쳐 일단 회담을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란의 변경 요구 이후 여러 아랍·이슬람 지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회담을 취소하지 말 것을 강하게 설득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란과의 회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면서도 중동 동맹국들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회담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갑작스레 회담 장소·형식·의제 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협상판 흔들기’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만에서 협상이 열리면 튀르키예와 같은 지역 강대국의 압박을 덜 받을 수 있고, 세계 언론의 집중적 관심을 피할 수 있다며 이란이 전술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6일 회담은 일단 이란의 요구대로 핵 협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중재국들은 미국과 이란의 회담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3년간 중단하고, 이후 우라늄 농축률을 1.5%로 제한하는 내용의 협상 틀을 제안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탄도미사일 수와 사정거리 제한, 역내 대리 세력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어 회담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대화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의제가 포함돼야 한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사정거리, 중동 지역 내 테러 조직 지원 문제, 핵 프로그램 문제, 자국민 대우 문제(이란 반정부 시위대 유혈진압)도 포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