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가가 13억원 지급하라”
법원이 20여년간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으로 피해를 본 60대 남성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김태균)는 5일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입소 피해자 전봉수씨(60)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는 원고의 청구액 위자료 18억8800만원 중 13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소송 비용의 3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측이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로 수용된 사실이 증거에 의해서 인정된다”며 “원고의 의사가 확인이 돼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서 수용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전씨는 선고 직후 “이겨서 기쁘다. 고향인 천안에 집을 사서 누님이랑 같이 농사를 짓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시립희망원은 1958년 설립된 지역 내 집단수용시설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전씨는 1998년 11월 천안역 인근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이 “국밥을 사주겠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승합차에 태워져 대구시립희망원에 이송, 강제로 수용됐다. 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일을 했고, 도망가다 붙잡히면 독방에서 지내는 벌을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
입소 24년 만인 2022년 7월 전씨는 희망원을 퇴소해 지역 장애인 단체가 운영하는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했다. 이후 경찰 등의 도움으로 가족들과 만날 수 있었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4년 9월 대구시립희망원 등 ‘성인 부랑인 수용시설’ 4곳에서 강제수용과 폭행 및 가혹행위, 노역과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발표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전씨는 그해 12월10일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강제수용 기간 동안 전씨의 인권이 침해된 사실도 인정했다. 수용 기간 별도 시설에 감금되거나 상시적으로 감시·통제를 받은 점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근로행위를 한 점을 각각 인정한 결과다. 신체 및 거주이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됐던 점 등도 받아들여졌다.
전씨 변호를 맡은 강수영 변호사는 “국가가 노숙인이나 부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수용을 하는 것에 법적 근거가 없으며, (전씨의 경우) 사실도 아니었다는 점 등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지역 장애인 단체는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 및 인권침해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추가적인 피해 사례를 확인한 뒤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