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하지 않은 정보 유출로 처벌 위협” 주장
대통령실·정부·국회 통신 기록까지 제출 요구
지난달 30일 한국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 연합뉴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규제당국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차별한다는 의혹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하겠다면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한국 정부·국회와의 통신 기록 및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고, 직접 의회에 출석해 증언하라는 요구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로저스 대표에게 오는 23일 열리는 하원 법사위에 출석해 증언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쿠팡의 전직 직원이 민감하지 않은 고객 정보를 유출한 사건 이후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쿠팡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막대한 벌금을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한국 규제기관들이 미국 기술 기업을 표적 삼아 차별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 시민에 대한 형사 처벌 위협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사위는 특히 로저스 대표에게 한국의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국회 등과 통신한 기록을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한국의 수사 기관이 진행하는 수사를 사실상 자국민에 대한 ‘형사 처벌 위협’으로 규정하며, 쿠팡 측의 주장을 직접 들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에 로저스 대표에게 소환장이 발부된 법사위 조사 절차는 청문회(hearing)가 아닌 비공개 증언 청취(deposition)이다. 그동안 미국 의회 내 일각에서 쿠팡 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로저스 대표까지 소환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도 문제 삼았다. 조던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양국 정부가 체결한 무역 협정에는 미국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으나, 한국 정부는 자국 및 중국 경쟁업체에 유리하도록 미국 기업을 표적 공격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혁신적인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쿠팡에 강력한 제재와 막대한 벌금을 요구하고, 사업 운영의 일시적 중단을 요구했으며, 심지어 미국 시민권자인 쿠팡 한국 자회사 임시 대표(로저스 대표)를 형사 고발하겠다고 위협했다”며 “쿠팡을 겨냥한 이번 조치와 미국인 임원에 대한 잠재적 기소 가능성은 한국 정부의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회 증언 청취가 성사된 과정에서 쿠팡의 로비가 상당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까지 조던 법사위 위원장의 정책·전략 담당 수석을 지낸 타일러 그림은 현재 로비업체 ‘밀러 스트래티지스’의 쿠팡 측 로비스트로 등록돼 있다.
앞서 지난 1월 열린 미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쿠팡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가 여러 의원이 이에 대해 발언한 것도 쿠팡의 정치자금 및 해당 의원실 출신 로비스트의 영향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쿠팡 미국 본사 대변인은 “쿠팡은 하원 법사위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소환장에 따라 요구되는 문서 제출과 증인 진술에도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경향신문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