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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공부방.

박선민씨가 책상 앞에 앉아 전공 자료를 출력한 종이를 펼쳤다.

책을 붙잡고 공부를 이어간 끝에 2003년 초졸, 2005년 중졸 검정고시에 차례로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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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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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도전 끝 고졸 검정고시 합격···90세 박선민씨 “이젠 대학 넘어 대학원 도전”

입력 2026.02.06 06:00

수정 2026.02.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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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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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86) 할머니가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자택 공부방에서 전공 교재를 대신해 출력한 인쇄물을 보며 과제를 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박선민(86) 할머니가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자택 공부방에서 전공 교재를 대신해 출력한 인쇄물을 보며 과제를 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대학교는 레포트 쓰는게 그게 참 힘들데예. 그래도 죽을때까지 공부하고 싶어예.”

지난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공부방. 박선민씨(87)가 책상 앞에 앉아 전공 자료를 출력한 종이를 펼쳤다. 책상 위에는 교재 대신 프린트물과 공책, 형광펜이 빼곡했다. 무거운 전공서적은 들고 다니기 힘들어 필요한 부분만 뽑아 다닌다고 했다. 안경을 고쳐 쓴 그는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멋쩍게 웃었다.

박씨는 “대학교 과제는 한 과목에 A4용지로 7~8장은 기본”이라며 “공부는 하면 되는데 과제가 특히 어렵다. 컴퓨터로 작성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손 검지로 자판을 하나씩 누르는 ‘독수리타법’을 선보였다.

책상 위 문제집과 노트에는 연필 자국이 겹겹이 남아 있었다. 벽 한쪽에는 사회복지전문학사 학위증서와 학사모를 쓴 졸업사진이 걸려 있다. 행복코칭 지도사와 웃음치료사 자격증 등도 나란히 붙어 있다. 공부를 이어오며 하나둘 쌓인 흔적들이다. 출생신고가 3년 늦어 실제 나이는 아흔이라는 그는 지금도 매주 강의실로 향한다.

박씨의 공부는 뒤늦게 시작됐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배움을 접어야 했다. 그는 “광복 이후에도 생계를 꾸리느라 학교 대신 일을 택해야 했고, 책상에 앉아볼 기회조차 없었다”며 “60대가 넘어서야 야학을 찾아 구구단과 산수부터 다시 배웠다”고 말했다.

책을 붙잡고 공부를 이어간 끝에 2003년 초졸, 2005년 중졸 검정고시에 차례로 합격했다. 고졸 검정고시는 쉽지 않았다. “긴 지문을 읽어야 하는 국어 과목에서 번번이 낙방했다”고 한다. 아홉 차례 떨어진 끝에 2018년 열 번째 도전에서 합격장을 받아들었다. 당시 대구·경북 최고령 합격자였다.

박선민(86) 할머니가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자택 공부방에서 대구대 학생증을 들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김현수 기자

박선민(86) 할머니가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자택 공부방에서 대구대 학생증을 들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김현수 기자

박씨는 “시험을 앞둔 두 달 동안 수면 시간이 하루 세 시간을 넘은 적이 없었다”며 “친구나 이웃과 어울리는 시간도 아까워 초인종이 울려도 집에 없는 척했다”고 회상했다.

합격 이후 곧바로 수능에 도전했다. 2019년 수성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고, 국가장학금을 받으며 공부를 이어가 2021년 졸업했다. 입학식에서는 신입생 1500여 명을 대표해 선서를 맡았다.

졸업 후 잠시 학업을 쉬었던 그는 다시 편입을 준비했다. 심장에 물이 차 박동기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을 우려한 자녀들은 만류했다. 그래도 뜻을 꺾지 않았다. “며칠만 공부를 쉬어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다”는 그는 기어이 2024년 대구대 심리상담학과로 편입했다.

박씨는 “부부 갈등과 고부 갈등, 노년기 우울 등 일상 속 갈등을 상담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데, 살아온 경험이 있다 보니 더 와 닿는다”며 “젊은 학생들 따라가려니 힘들지만 학교에 가는 날이 제일 즐겁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이제 대학원 진학이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싶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한해 400만원이 넘는 등록금 부담이 적지 않지만, 교수 추천 장학금을 받아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는 “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학교에 가면 몸이 훨씬 낫다. 공부가 가장 좋은 약”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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