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 현행 ‘4개월 이내 실거주’ 규정
기존 세입자 계약 만료일까지 유예 검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세입자를 낀 다주택자도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일인 5월9일 이전에 집을 팔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토허제의 ‘갭투자(전세 낀 매매) 금지’ 규정을 일부 완화해 매수자의 실거주 시점을 기존 세입자의 잔여 임대차 기간만큼 늦춰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입자가 남아 있으면 매각이 막히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엑스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되, 임대 중인 주택 등 국민의 불편은 최소화할 보완 방안을 다음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5월9일까지 다주택자가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 3~6개월 내 잔금과 등기를 마치는 조건으로 중과세를 면제키로 했다.
문제는 세입자가 있는 다주택자의 경우 현행 토허제 규정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산 사람은 거래를 허가받은 날로부터 4개월 안에 잔금을 치르고 실제 거주를 시작해야 한다. 세입자가 계약 기간이 남아 4개월 내 퇴거를 거부하면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거래가 막히는 구조다.
이에 재경부는 토허제 규정상 매수자의 실거주 시점을 기존 세입자 임대차 계약 만료일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6일 “남은 임차 기간에 세입자를 쫓아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단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까지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집주인은 실거주를 사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구 부총리도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의 임대 기간까지는 토허구역 규제를 예외로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입자들이 3개월, 6개월 안에 못 나갈 상황에 대한 대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까지 다주택자 매물이 최대한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경우 지난해 10·15 대책에서 마련한 토허제의 ‘갭투자 전면 금지’ 조항이 완화돼 제한적이나마 갭투자가 허용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임차 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살 길이 열리게 된다. 토허구역에서는 세입자를 낀 매물이 다른 매물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는 사례를 고려하면 이는 집값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다주택자가 급하게 가격을 낮춰파는 ‘급매’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선 ‘임차 기간이 1년 미만으로 남은 경우’ 등으로 적용 대상을 더 세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갭투자 금지) 규제 완화 범위가 너무 넓어지면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토허제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며 “타인 자본으로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를 차단한다는 토허제의 취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시뮬레이션을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