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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쿠팡 차별’ 조사하겠다는 미 의회, 내정간섭 아닌가

입력 2026.02.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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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6일 2차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6일 2차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쿠팡 차별’ 조사를 명분으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지난 6년간 쿠팡과 대통령실·정부·국회 사이에 오간 통신기록 원본 제출도 요구했다. 비공개 ‘증언 녹취’(deposition)라곤 하지만 한국 국내법에 따라 수사 중인 기업을 불러 엄호성 청문을 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주권적 사법 질서에 압력을 가하려는 내정간섭 의도가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등은 지난 5일(현지시간) 로저스 대표에게 오는 23일 법사위에 출석해 증언하라고 명령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수사가 적법한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법사위는 소환장에서 “한국 정부 기관들이 미국 기술 기업을 표적 삼아 차별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 시민에 대한 형사처벌 위협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 미국 본사는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미 하원 법사위의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은 애당초 전제부터 잘못돼 있다. 법사위는 “약 3000명 고객에 대한 제한적이고 비민감한 정보가 일시적으로 보관됐다가 회수된 사건”이라며 증거 인멸에 가까운 쿠팡의 ‘셀프 조사’ 주장을 되풀이 했다. 하지만 한국 수사당국이 파악한 정보유출 규모는 3370만 건으로 사실상 전 국민이 피해자라 할 만큼 심각하다. 당장 쿠팡은 이날 고객 16만5000여 명의 계정정보가 추가 유출됐다고 공개했다. 쿠팡은 정보 유출 외에도 퇴직금 미지급, 산재 사망 축소, 입점업체 갑질 등 시장경제 질서를 교란한 각종 위법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만약 미국 내에서 사업중인 한국 기업에 이같은 의혹이 있고,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면 강도 높게 조사·수사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쿠팡은 지난 15년간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배송·노동시간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급속 성장한 대표적 기업이다. 특혜를 받았으면 받았지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 기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집행’이라고 왜곡하는 것은 사법주권에 대한 선 넘는 간섭이다. 혹여 미 하원의 쿠팡 조사 착수가 지난 5년간 미 의회·행정부를 상대로 1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의 비용을 쓴 쿠팡의 로비 때문은 아닌지 의문이다. 실제 조던 위원장의 정책·전략 담당 수석을 지낸 타일러 그림이 쿠팡 쪽 로비스트로 등록돼 있다고 한다.

미 하원과 정부는 사실관계에 근거한 이성적 판단으로 쿠팡이 짠 허위의 ‘마녀사냥 프레임’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기업을 비호하는 건 한·미 동맹의 미래와 미국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쿠팡의 나쁜 의도에 굴복하지도 않겠지만, 무엇보다 국민과 소비자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정부는 미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는 의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국내 법질서에 따른 쿠팡 조사·처벌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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